장용학(張龍鶴)이 지은 장편소설. 1962년 3월부터 11월까지 ≪사상계≫에 연재되었다.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장편소설 <원형의 전설>은 소외된 인간의 군상을 중심으로 현대문명으로 인해 파괴되어 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그의 소설적인 방법은, 체험을 서사적 방법으로 제시하기보다는 관념을 캐리커처 (caricature) 방식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법 속에 숨어 있는 그의 소설의 주제는, 현대 인간의 비인간적인 상황에 대한 고발과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이며, 장용학은 이를 관념적 문체로 진술하고 있다.
<원형의 전설>은 이와 같은 소설적 기법과 주제의식이 더욱 확대되어 구체화 된 작품으로, 기존의 단편소설들에서 보여준 관념과 이야기의 만남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는 작가의 세계 인식방식이나 인간의 존재 문제, 이데올로기 비판, 허상과의 투쟁 등 그의 사상적 편린들이 종합적으로 나타난다. 이 소설의 작중 화자에 의하면 세계는 원래 원형이며, 현대의 병적인 문명에 의해 경계와 매듭, 처음과 끝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런 이분법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인간은 주관적인 편견과 의식의 조작 속에 감금되어 있다. 원형은 이원론의 분열에 대한 일원론의 조화로운 세계를 나타낸다.
작품에서 주인공 이장의 삶이 근친상간으로부터 출발하여 근친상간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은 현대 문명의 타부를 깨뜨려 보려고 시도한 주제의식에서 비롯한다. 이 작품은 그 서술적 시각이 미래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전설을 이야기하는 화법이라고 할 수 있는 ‘-입니다'체를 채용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한자를 사용한다든지 관념어를 남발하고 있으며, 비유적인 표현이 많은 것도 모두 기존의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적 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소설적 방법은 현대 문명의 벽을 뚫고자 하는 그의 작가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