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의 전설 ()

현대문학
작품
1962년, 장용학(張龍鶴)이 지은 장편소설.
작품/문학
창작 연도
1962
발표 연도
1962
간행 연도
1962
작가
장용학(張龍鶴)
원작자
장용학(張龍鶴)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원형의 전설』은 1962년 장용학(張龍鶴)이 지은 장편소설이다. 인류전사(人類前事)가 끝난 뒤 서술자가 주인공 ‘이장(李章)’의 생애를 먼 과거의 전설처럼 들려주는 형식의 이 소설은 사생아인 이장이 한국전쟁에 휘말리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여정을 그린다.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사생아 이장은 근친상간을 반복하지만, 세상으로부터 차단된 동굴에 스스로를 격리시킴으로써 역설적으로 ‘인간적’ 질서로부터 해방된다. 진정한 ‘인간’을 찾기 위해서는 ‘인간적’인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향해야 한다는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정의
1962년, 장용학(張龍鶴)이 지은 장편소설.
저자

장용학은 1921년 함경북도 부령에서 출생하여 경성중학(鏡城中學)을 졸업하고 1942년 일본 와세다대학(早稻田大學) 상과에 입학하였다. 1946년 청진여자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1947년 월남하였다. 1948년 단편소설 「육수(肉囚)」를 탈고하였으며, 1949년 단편소설 「희화(戱畵)」를 잡지 『신세계』에 연재하다가 스스로 중단한 후 다시 『연합신문』에 게재하였다. 1955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요한시집」을 발표하면서 주목받았으며 1962년 잡지 『사상계』장편소설 『원형의 전설』을 연재한 후 같은 해 사상계사에서 단행본으로 출판하였다.

구성 및 형식

『원형의 전설』은 ‘자유’와 ‘평등’이 핵전쟁을 일으켜 인류전사(人類前史)에 종언을 고한 뒤의 시점에서 서술자가 주인공 ‘이장(李章)’의 생애를 마치 먼 과거의 전설을 들려주듯이 ‘-습니다’체로 들려주는 화법을 취하고 있다. 작품의 기본 서사는 사생아인 이장이 한국전쟁에 휘말려 의용군, 국군, 포로, 교원, 간첩 등 다양한 신분으로 변신하면서 출생의 비밀을 추적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여정이다.

『원형의 전설』의 서술 구조는 크게 서술자의 의식과 주인공 이장의 의식 및 무의식, 그리고 인물들의 대화라는 세 개의 층위로 구분된다. 구체적인 묘사보다는 관념적인 서술에 의존하는 이 작품은 어떤 부분에서는 전지적 서술자의 시점으로 주인공의 심리를 중개하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서술자와 작중 인물 간의 거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내용

이 작품은 서양에서 발생한 ‘자유’와 ‘평등’이라는 물결이 동양의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충돌하게 된 원인에 대한 서술자의 긴 논평으로 시작된다. 논평 끝에 서술자는 정사(正史)에 기록되지 못한 야사(野史)의 한 토막이라며 어느 ‘사생아’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해방 전 경성제국대학 예과(豫科)에 다니던 이장(李章)은 한국전쟁 직후에 자신이 이도무(李道武)의 친자가 아님을 알게 된다. 의용군이 되어 38선을 넘은 이장은 국군 부대에 편입된 후 중공군의 개입으로 후퇴하던 중 낙오한다. 쓰러진 이장을 구해준 사냥꾼 털보 영감은 의붓딸 윤희(倫姬)를 강간하여 임신시킨 사실을 감추려고 이장과 윤희를 동침시키려는 계략을 꾸민다. 윤희가 자살하자 이장은 윤희의 시신을 땅에 묻고 자신의 출생 비밀을 간직한 평안도 방골마을을 향해 길을 떠난다. 그러나 내무서원에 붙들려 포로수용소로 넘겨진 이장은 포로 교환 심사에서 북한 잔류 의사를 밝히고 탄광 노무 관리자, 대학원생, 시골 농업학교 교사를 거쳐 간첩 교육을 받은 뒤 남파된다.

이장은 대학교수로 위장하여 남한에서 지내던 중 신변의 위협 속에서 ‘흑나비다방’의 ‘마담 바타플라이’로 불리는 안지야(安芝夜)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친모 오기미(吳起美)의 오빠인 오택부(吳澤富) 국회의원을 찾아간 P읍에서 그의 별장 동굴에 갇히고 만다. 오택부가 오기미를 강간하여 태어난 아들이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이장은 동굴을 탈출하여 안지야를 찾아간다. 안지야가 오택부의 딸이자 자신의 의붓여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장은 안지야와 함께 오택부의 별장 동굴로 들어가 동침한다. 동굴로 쫓아온 오택부는 이장이 건넨 총이 폭발하면서 즉사하고, 이후 이장과 안지야가 갇혀 있던 동굴이 무너져 내린다. 핵전쟁이 세계를 휩쓴 후, 그 자리에는 복숭아나무 한 그루가 솟아난다.

특징

『원형의 전설』의 가장 큰 특징은 세 번의 ‘근친상간’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시간 순서대로 열거하면 이장의 아버지이자 외삼촌인 오택부가 여동생 오기미에게 행한 겁탈, 털보 영감이 의붓딸 윤희에게 행한 겁탈, 그리고 이장과 안지야 사이의 동침이 그것이다. 오택부와 털보 영감은 자신의 행위가 ‘인간적(人間的)’인 질서 내에서 만들어진 금기에 대한 위반임을 인식하고 그것을 은폐하고자 한다.

근친상간으로 인해 태어난 사생아인 이장은 스스로 근친상간의 행위를 반복하지만, 세상으로부터 차단된 동굴에 스스로를 격리시킴으로써 역설적으로 ‘인간적’ 질서로부터 해방된다. 여기에는 ‘인간적’인 것이란 ‘인간’을 갖가지 이분법적인 방식으로 규정하고 그런 점에서 외부로부터 구축된 것임을 말하므로 진정한 ‘인간’을 찾기 위해서는 ‘인간적’인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향해야 한다는 작자의 사고가 관통하고 있다.

의의 및 평가

서구 사상사에 기원을 둔 ‘자유’와 ‘평등’의 대립으로 인한 냉전 이데올로기가 한국전쟁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도입부의 논평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이분법적 사고와 근대의 합리적 이성, 그리고 현대 문명의 터부를 비판적으로 그렸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그러한 분열과 대립을 초월한 조화로운 세계로서 ‘원형(圓形)’의 회복을 상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내용과 플롯의 층위에서 ‘전설적 화법’을 구사했다고 평가된다.

이 작품은 장용학의 전후(戰後) 소설이 보여주는 인간적 조건에 대한 성찰이나 실존주의와의 관련 속에서 평가되기도 한다. 또한 전쟁이라는 극단적 현실을 추상적으로 그려내는 기법으로서 알레고리에 주목한 연구들도 있다. 반면 이 작품이 소설의 형식에서 일탈하였으며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사변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편에서는 그러한 관념성이나 사변성이 오히려 이 작품의 분단문학적 성격이나 정체성에 관한 질문, 그리고 보편주의적 성격과 관련된 것이라고 평가 내리기도 한다.

참고문헌

원전

장용학(張龍鶴), 『원형(圓形)의 전설(傳說)』 (사상계사, 1962)

단행본

김현, 『(김현 문학전집) 현대 한국 문학의 이론/사회와 윤리』 2 (문학과지성사, 1991)
한수영, 『전후문학을 다시 읽는다-이중언어・관전사・식민화된 주체의 관점에서 본 전후세대 및 전후문학의 재해석』 (소명출판, 2015)

논문

권보드래, 「과학의 영도(零度), 원자탄과 전쟁-『원형의 전설』과 『시대의 탄생』을 중심으로」 (『한국문학연구』 43, 동국대학교 한국문학연구소, 2012)
김동환, 「한국 전후소설에 나타나는 현실의 추상화 방법 연구」 (『한국의 전후문학』, 태학사, 1991)
김성은, 「장용학의 『원형(圓形)의 전설(傳說)』에 나타난 냉전기의 주체 분열 양상」 (『한국문학연구』 68, 동국대학교 한국문학연구소, 2022)
염무웅, 「실존과 자유」 (『한국현대문학전집』 4, 신구문화사, 1965)
이경희, 「장용학 『원형의 전설』에 나타난 서술거리와 알레고리」 (『한국학연구』 15,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2006)
최혜실, 「분단문학으로서 「원형의 전설」」 (『국어국문학』 116, 국어국문학회,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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