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序文)과 발문(跋文)이 붙어 있지 않아 편저자와 편찬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근세에 들어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옥편의 하나로 널리 쓰여왔다. 책의 이름으로 미루어 『규장전운(奎章全韻)』의 부편으로 편찬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운이라는 이름 자체가 『규장전운』을 지칭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초기부터 운서의 색인을 겸해서 반드시 옥편을 부수시키는 관례가 통용되어 왔다. 그러므로 『규장전운』이 있으면 거기 따르는 옥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겨왔기 때문에, 이러한 각도에서 보면 『전운옥편』은 『규장전운』을 편찬한 사람들이 후속사업으로 간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상하 2권. 서광학술자료사와 박이정 출판사에서 『전운옥편』을 『규장전운』과 합본하여 영인하였다.
『규장전운』은 1796년(정조 20)에 서명응(徐命膺)·이덕무(李德懋) 등에 의하여 편찬된 것이므로 거의 이것과 때를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부수에 따라 글자들을 배열하였고, 각각의 글자들에는 독음과 뜻, 그 글자에 해당하는 운(韻), 글자의 통자(通字)나 동자(同字), 속자(俗字)를 순서대로 제시하였다. 『규장전운』보다 자세한 주해를 달아놓았으며 『규장전운』에는 없는 속음이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운서에 종속되면서도 운서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다. 종래의 옥편은 운서에 완전히 종속되어, 그 효용은 운서에 들어 있는 글자를 찾아내는 색인의 구실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 따라서 여기에는 자의(字義) 아래에 자음이나 자의에 대한 설명이 없고, 다만 출처만 세주로 명시하는 것이 통례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전운옥편』은 자의 아래에 먼저 각형 속에 한글로 자음을 표시하고, 그 다음에 상세하게 자의를 달았고, 운목명(韻目名)과 통용자·속자까지도 표시하여, 운서 없이도 능히 옥편의 구실을 다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자의의 설명은 운서의 그것보다도 더욱 자상하며 운서와의 관계를 거의 떠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옥편을 편찬한 것은 조선 초기까지 소급되나, 형식을 완전히 갖춘 것은 본서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옥편의 편찬사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큰 것이며, 그 자음과 자의는 현재까지도 옥편 편찬의 규범적 구실을 하고 있다. 또한 당대의 한국한자음 연구에도 큰 영향을 준 중요한 자료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