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희(崔貞熙)가 지은 단편소설. 1939년 ≪문장 文章≫ 9월호에 발표되었다. 최정희의 이른바 ‘3맥(脈)’ 중 그 첫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화자(話者)인 ‘나’(은영)는 남편이 죽자 전처와 시가의 냉대를 받게 되며, 여기에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쳐 더욱 곤경에 빠지게 된다. 견디다 못한 그녀는 어린 두 아들 설주와 형주를 각각 아우와 이웃에 맡기고 서울의 기생집 침모로 들어간다.
남편은 사회주의운동을 하다가 투옥되었고 그로 인하여 끝내는 병을 얻어 죽게 된 것이다. 그런데 남편에게는 전처가 있었으므로 남편이 죽은 뒤에 은영은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시가 측의 미움을 받고 생활의 어려움으로 침모살이를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기생조차도 침모가 인테리라는 이유로 박대를 하여 견디기 힘들게 된다.
요행히도 그 집의 행랑어멈의 소개로 은영은 가정교사를 하게 되는데, 이 집의 안주인 부용도 가난 때문에 딸을 버리고 개가하여 전실 소생 아들과의 정신적 갈등과 전남편과의 사이에 낳은 딸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번민하는 여인이다. 부용은 자신의 과거를 크게 뉘우치면서 살기에 자연히 은영과 서로 동정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은영은 어느 날 학생 때부터 그녀를 사모해오던 상훈을 만나게 된다. 그는 아직껏 그녀를 사모하고 있음을 고백하며, 그녀와 혼인하고 싶은 뜻을 비춘다. 그러나 은영은 상훈의 이 제안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처럼 거절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여성으로서 또는 한 개인으로서의 은영보다, 어머니로서의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암시한다.
이러한 문제는 여성의 개인적 인격 및 개인적 삶의 독자적 가치와 어머니로서의 도덕적 생활규범의 마찰을 통한 보다 현실적인 삶의 국면을 이해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야기의 흐름은 대체로 평이하나, 섬세하게 다듬어진 문체는 여성 특유의 예민한 관찰력과 부드러운 감성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이 작품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사용하고 있는데, 따라서 철없이 감정에 치우쳐 연애를 하다가 남의 가정을 파괴하였던 체험적 자아가 이제는 성숙되었으나, 사생아의 입적이 불가능한 냉정한 제도적 모순에 직면하여 분노하게 된다. 아이들을 위하여 개인적 욕망을 자제하는 성숙한 서술적 자아와 미성숙한 자아 사이에는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이처럼 과거를 냉철하게 반성하고 자신을 도덕적으로 건전하게 지키려는 주인공의 노력이 이 소설의 주제라고 할 것이다. 결말에서 밤하늘을 맑고 아름답게 수놓는 별의 심상으로써 주인공의 심정을 통합화하여 한층 아름다운 주인공의 정신미를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