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239.4㎝, 가로 130㎝. 일본 가마쿠라시(鎌倉市) 엔가쿠사(圓覺寺) 소장. 현재 알려진 유일한 삼존도 형식의 지장보살도로서 고려시대 작품으로서는 가장 큰 편에 속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른 고려 지장보살화와 마찬가지로 화면을 상하 2분하여 상부에는 크게 지장보살을 묘사하였다. 하부에는 상대적으로 작게 무독귀왕(無毒鬼王)과 도명존자(道明尊者) 그리고 개 모양의 사자를 배치하였다. 따라서 구도는 자연히 지장보살과 도명존자·무독귀왕·사자를 잇는 마름모꼴을 이루고 있다.
본존 지장보살은 두건을 쓰고, 한 손에는 투명 보주를 들고 한 손은 독특한 수인(手印)을 하고 연화좌에 반가(半跏)한 모습이다. 근엄한 얼굴 표정, 중량감 있는 체구 등 특별히 중후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붉은색의 바탕에 금니로써 화려하게 원문(圓文)·초화문(草花文) 등을 장식한 가사는 고려시대 아미타여래의 특징적인 법의와 흡사하여 아미타삼존도를 연상시킨다.
왼쪽[向右] 협시보살인 도명존자는 고승의 모습으로 지장의 대표적인 지물인 석장[六環杖]을 대신 들고 있다. 본존이나 무독귀왕의 도식화되고 느슨한 옷주름 표현과는 달리 도명이 입고 있는 가사는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는 듯한 필선을 구사하여 마치 선화(禪畫)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무독귀왕은 중후한 장자풍의 얼굴과 체구를 지닌 위엄 있는 대왕의 모습이다. 빨간 보자기에 경상(經箱)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있다.
이 불화에서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중후하고 장중한 분위기는 녹색과 붉은색의 대비로 이루어진 무거운 색감으로 인하여 한층 더 무게 있게 느껴진다. 이 불화는 삼존 형식이라는 점에서나 지장보살의 특이한 수인, 그림의 크기 등 일반 고려시대의 지장보살화와 구별되는 특징을 지닌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