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중생을 구제하는 지장보살(地藏菩薩)을 그린 고려시대의 불화. 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93.5㎝, 가로 38.5㎝. 일본 시가현(滋賀縣) 비와호(琵琶湖)문화관 소장. 지장보살은 두 손으로 석장(錫杖 : 중이 짚고 다니는 지팡이)을 잡고 정면을 향한 모습이다. 하지만 두 발은 왼쪽을 향해 비스듬히 표현되어 다소 동적인 느낌을 준다.
머리에는 간단한 모양의 투명한 두건(頭巾)을 쓰고 있다. 이 두건은 귀 뒤로 하여 어깨 아래까지 넓게 양어깨를 덮고 있다. 두건 장식이 양쪽 두 가닥씩 가슴 앞쪽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얼굴은 둥글고 넓적한 편이다. 활형의 눈썹에 반개(半開)한 눈은 약간 위쪽으로 치켜 뜨고 작은 입술을 꼭 다물고 있어 야무진 인상을 준다.
가슴 앞부분을 넓게 하여 화려한 영락(瓔珞 : 구슬을 꿰어 만든 장신구) 장식의 목걸이를 걸치고 그 아래로 비스듬히 군의(裙衣)를 착용하였다. 붉은색 바탕에 금문(金文)이 시문된 군의 위로 흰 의대(衣帶)를 묶었다. 양어깨에는 투명한 갈색 계통의 가사를 걸쳤다. 끝단을 역시 금니로 처리하여 단조로우면서도 화려한 느낌을 준다.
가사 아래로는 붉은 바탕에 금니로 밀집된 국화문을 표현된 상의(裳衣 : 치마)를 입고 있다. 배 부근에서 흘러내린 의대가 두 가닥 늘어져 있다. 연화대좌 위에 올려놓은 두발은 왼발은 정면으로, 오른발은 왼쪽을 향하고 있어 내영(來迎)의 자세를 보는 듯하다.
이 작품은 다른 작품에서와 같이 다양한 문양과 금니의 과다한 사용 등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흰색의 신체 표현과 붉은색의 군의, 차분하고 어두운 갈색 톤의 가사 등 단조로운 색으로 인해 오히려 강렬한 느낌을 준다. 또한 양손으로 석장을 직각으로 잡고 있는 지장보살의 자세 착의법 등은 일본 젠도사(善導寺) 소장의 지장보살도와 흡사하다.
젠도지 소장 지장보살도가 승형(僧形)으로 몸이 다소 호리호리하며 가사 전반에 화려한 금니의 문양이 시문된 점을 제외하고는 두 작품이 거의 동일한 형태를 보여 준다. 이 작품은 그 동안 고려시대의 작품으로 생각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카마쿠라시대의 이모(移募)되었다는 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