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가(孔明歌)」와 더불어 서도잡가의 쌍벽을 이루고 있는 대표적인 소리이다. 내용은 고대 중국 초(楚)나라와 한(漢)나라가 서로 천하를 다투어 지고 이긴 역사적 대사실을 엮은 것이다.
즉, 일찍이 표모(漂母)에게 걸식하던 한신(韓信)이 천하병마도원수가 되어 초패왕인 항우(項羽)를 잡으려 할 때 간계 많은 이좌거(李左車)가 초패왕을 구리산에 끌어들여 세곤(勢困)하게 하고 계명산(鷄鳴山) 추야월(秋夜月)에 장자방(張子房)이 옥통소(玉洞簫)로 사향가(思鄕歌)를 불어 초나라의 8,000 군사를 흩어지게 하여 항우가 드디어 패망한 사실을 엮은 것이다.
서도잡가는 남도창과는 달리 사설과 청(성음)만으로써 그 이면과 감정을 표출하는 데 특색이 있는 것으로, 그러한 정한(情恨)이 어느 소리보다 핍진한 것에 이 「초한가」를 꼽을 수 있다.
대체로 글자 수에 따라 2박·3박으로 장단이 자주 변하는 것은 「공명가」와 같다. 그리고 서도잡가의 끝이 모두 그렇듯이 이 소리의 끝도 「수심가」처럼 늘어지는 것이 꼭 같다.
「수심가」는 한스러움을 내뱉듯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맥없이 소리를 내고 또는 윗소리를 끌어 떠는 것이 특징인데 「초한가」도 예외가 아니다.
긴 사설의 분망한 소리를 늘어진 「수심가」조로 여미는 것은 그 여운을 살리려는 서도소리의 더없는 매력으로 생각된다. 단가로 부르는 「초한가」도 내용은 서도잡가의 「초한가」와 거의 같으나 다만 곡조와 장단이 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