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수. 1542(중종 37)∼1544년에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죽계구지(竹溪舊志)』에 수록되어 있다. 송나라의 유학자 정호(程顥)의 고사를 전형적인 모범으로 삼고 그를 따르고자 하는 감흥을 노래하였다.
즉, 정호가 온종일 앉아 있을 때 바라보면 흙으로 빚은 사람처럼 무감각해 보이나 가까이 가면 원만한 화기가 감돌아 그가 있는 곳에는 봄바람을 느끼며, 또한 그의 덕성이 충만하여 하루 종일 기뻐할 뿐 한번도 성내어 사나운 얼굴을 한 적이 없다는 고사를 작품의 소재로 담았다.
작품을 현대어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바라보이는 것은 흙사람이러니 나아가 가까이 하면 원만한 화기가 넘치네/삼천년을 모셔온다 해도 성내어 사나운 모양을 보았는가/봄바람 부시거든 이 분인가 여기도다.” 언제나 화기가 감돌아 봄바람을 연상시키는 정호의 온화한 덕성을 본받고자 하는 작자의 의지적 감흥을 긴장미 있게 노래하였다.
형식적 특징은 초장의 제4음보에서 종결어미를 축약함으로써 긴장미를 돋보이게 한 점과 종장의 제2음보에서 음절수의 과대현상(음보결합 혹은 음보추가에 의한)을 보이지 않고 평음보로 그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