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장나라 장설룡 대감과 송나라 송설룡 부인이 부부가 되어 살았다. 집안은 넉넉하나 자식이 없어 걱정하다가 큰 절 혹은 북두칠원성군에게 기도를 하고 딸 하나를 낳았다.
이 딸이 일곱 살이 되던 해에 벼슬살이를 떠나게 된 부부는 딸을 방 안에 가두고 종에게 보살피도록 하였다. 어린 딸은 부모가 그리워 살창 틈으로 빠져나와 부모를 찾아 헤매다가 중의 보호를 받아 같이 지내게 되었다.
딸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된 부모가 돌아와 탄식을 하던 중, 어느 날 중이 딸을 데려왔다. 딸은 이미 중의 자식을 임신하고 있었다. 부모는 집안의 수치라 하여 딸을 돌함에 담아 바다에 띄워 버렸다. 돌함은 바다를 떠돌아다니다가 제주도의 조천읍 함덕리 바닷가에 떠올랐다.
이때 마침 작업하러 나가던 해녀들이 돌함을 발견했다. 무슨 보물이라도 들었는가 하여 열어 보았더니 뱀 여덟 마리가 기어 나왔다. 임신한 딸이 뱀 일곱 마리를 낳고, 자신도 뱀으로 변신한 것이다.
해녀들은 더러운 짐승이라고 집어던지고 갔는데, 그 날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하였다. 점을 쳐 보았더니, “외국에서 온 신을 학대한 죄 때문이니 굿을 하라.”하므로, 굿을 하고 위하였더니 병이 낫고 일시에 부자가 되었다.
함덕리에서 여러 해 모심을 받던 이 신들은 제주 성안으로 들어갔다. 칠성골 송대정(宋大靜) 현감의 부인이 집으로 모셔가 위하니, 이 집안은 크게 부자가 되고 현감 벼슬까지 났다.
이 집안에서 여러 해 우대받던 이 신들은 이 집안도 거의 다 되어 감을 알고, 각각 갈라져 얻어먹을 곳을 찾아가기로 하였다. 의논 끝에 큰딸은 추수 할머니로, 둘째 딸은 이방과 형방 차지로, 셋째 딸은 옥(獄)지기로, 넷째 딸은 과원(果園) 할머니로, 다섯째 딸은 창고지기로, 여섯째 딸은 관청 할머니로, 막내딸은 밧칠성으로, 어머니는 안칠성으로 자리잡기로 했다. 이 모녀신들이 각각 차지한 직능은 화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나, 안칠성과 밧칠성이 되었다는 데에는 거의 공통적이다.
「칠성본풀이」는 부를 일구어 주는 뱀신이 어떻게 조상신, 당신, 일반신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되어 갔는가를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는 본풀이이다. 북두칠성 신앙과의 관련성, 나주 기민창에서 입도한 부신과의 관련성 등도 주목되고 있는바, 제주도의 사신 신앙의 변천 및 확대 양상을 살필 수 있는 신화로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