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교의 종교의식이나 수련생활에는 자기의 소망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기원문(祈願文)으로서 많은 주문을 사용하고 있다.
이 주문들은 문장의 구성이 어려운 한자로 되어 있고 밀교적인 신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간단히 정의하기는 어려우나, 대체로 자기의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기도문과 남녀노소가 모두 읊고 노래하는 찬송가, 그리고 신명(神明)에게 고축(告祝)하고 불사르는 축문의 성격을 띠고 있다.
또한 ‘주문’은 읽거나 글로 써서 몸에 지니고 다닐 때에는 사귀(邪鬼)를 쫓는 부적이 되는 것으로 믿는다.
원래 「태을주」는 조선 선조 때 충청도 비인(庇仁)에 살았던 도인(道人) 김경흔(金京訢)이 50년간의 도통공부를 마치고 지은 것이라 한다.
그는 모든 주문들을 사용하여 보았지만 효험을 얻지 못하다가 마지막으로 불교에서 쓰이는 「구축병마주(驅逐病魔呪)」(질병과 잡귀를 몰아내는 주문) “훔리치야도래 훔리함리 사바하(吽哩哆耶都來 吽哩喊哩 娑婆訶)”를 읽어 비로소 개안(開眼)이 되었다고 한다.
이 때 신명의 계시가 있어 이 주문의 머리에 ‘태을천상원군(太乙天上元君)’을 붙여 읽게 되었으나, 이 주문으로도 완전한 도통을 하지 못하고 다만 『태을경(太乙經)』이라는 책에 이 사실을 기록하고 죽었다.
증산교의 창시자 강일순(姜一淳)은 1897년부터 3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구도생활을 하던 가운데 이 주문을 얻었다.
그 뒤 강일순은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이 주문을 많이 읽도록 권유하면서, “시천주(侍天呪:동학의 주문)는 이미 행세(行世)되었으니 태을주를 읽으라.”, “이 주문을 문 위에 붙이면 신병(神兵)이 지나가다가 도가(道家)라 하여 침범하지 아니하고 물러가리라.”, “태을주는 역률(逆律)을 범하였을지라도 옥문이 스스로 열리리라.”, “이 주문은 하늘 으뜸가는 임금이니 5만년 동안 동리동리(洞里洞里) 각 학교에서 외우리라.”고 하며 여러 차례에 걸쳐 태을주가 주요 주문임을 강조하였다.
증산교에서 사용하는 태을주의 원문은 “훔치훔치 태을천상원군 훔리치야도래 훔리함리 사바하”이다. 따라서, 이 주문은 불교의 구축병마주와 김경흔의 ‘태을천상원군’에다 강일순의 ‘훔치훔치’가 덧붙은 셈이 된다.
‘훔’과 ‘치’는 원래 인도에서 주문에 쓰여지는, 비밀을 가지는 어음(語音)이다. 구축병마주의 머리자와 다라니진언(眞言)의 끝자에 ‘훔’자가 있고, 병마주 속에 ‘치’자가 들어 있다.
‘훔치’는 불교의 범어(梵語)로 된 다라니를 한자로 음역한 것으로 그 뜻도 범어의 다라니의 뜻을 좇아야 분명해진다.
‘훔’자는 범어의 ‘Hu-m’을 중국에서 한역(漢譯)할 때 취한 것으로서, 이 글자 속에는 제천(諸天)의 총종자(總種子), 일체의 교의(敎義), 인왕(仁王), 신과의 합치, 여럿의 큰 부르짖음〔犬爭衆吼〕 등의 여러 가지 뜻이 포함된다.
증산교의 한 교파인 태인미륵불교(泰仁彌勒佛敎)에서는 ‘훔’자를 겹붙여 ‘훔훔’을 대중수련의 주문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불경의 다라니에서는 ‘훔’과 ‘치’라는 어음은 무한한 공덕의 초자연적인 힘을 가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태을주」가 나오기 전에도 우리 나라의 민간에서는 질병, 특히 학질을 몰아내는 데 훔치훔치라는 주문을 사용하였다.
증산교에서는 ‘훔치’는 송아지가 모태(母胎) 밖으로 나오면서 우는 소리, 즉 아기가 어머니를 부르는 소리와 같은 신생의 뜻이 있으며, 또한 음양학적으로 보아 송아지는 음성이므로 후천(後天)을 뜻한다.
따라서, ‘훔치’로 시작되는 「태을주」를 읽는 것은 후천개벽의 초기에 태어나 도인들이 새 생명을 받으려는 소리와 같으며, 음음(陰音)으로 된 태을주는 후천종교의 주된 주문이 된다고 한다.
‘태을천상원군’은 하늘의 으뜸가는 임금으로서, 『사기(史記)』 천관서주(天官書註)에서는 “태을은 천제의 별호이다.”라고 하였으며, 우리 겨레의 선민(先民)인 동이(東夷) 겨레가 받들어 온 ‘하누님’의 다른 이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또한, ‘태을천상원군’은 도가의 신앙대상이기도 하다.
태을주의 끝부분에 있는 ‘사바하’는 다라니의 ‘sva-ha-’를 한역한 것으로서, 주문의 끝에 붙여 신에게 소원성취를 구하는 구의(究意)·원만·성취·산거(散去)의 뜻이 포함된다고 한다.
「태을주」는 역(易)·불(佛)·선(仙)의 세 사상이 조화롭게 합하여져 있으며, 말세의 병마를 내쫓아 후천세계를 개벽한다는 사상이 포함된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즉, 각종 질병을 내쫓고 선계(仙界)의 개벽을 ‘태을천상원군’에게 기원하는 주축(呪祝)이며, 아울러 부서(符書)의 뜻을 가진다.
보천교(普天敎)에서 입으로 전하여 오는 태을주의 해석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즉, “훔은 화성(火星)이요, 치는 수성이요, 태을은 손방(巽方)의 화생문(火生門)이고 생명을 주관하는 별이요, 천상원군은 괴로움을 구하는 천존성(天尊星)이요, 훔리는 심경(心經)의 화기리(火氣理)를 내리게 하는 것이요, 치야는 신경(腎經)의 수기리(水氣理)를 오르게 하는 것이요, 도(都)는 양(陽)이고 순(順)이요, 내(來)는 음(陰)이고 역(逆)이요, 훔리는 화성(火性)을 내려서 서로 사귀게 하는 것이요, 함리는 수기(水氣)를 오르게 하여 변화하게 하는 것이요, 사바하는 바른 것을 나아가게 하고 사(邪)된 것을 물러가게 하여 각기 그 성품을 지키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여 오행론적인 해석을 내리고 있다.
증산교가 정식명칭을 갖기 이전인 일제강점기 초에는 일반사회에서 증산교 신도들이 외우는 이 주문의 첫 음을 따라 ‘훔치교’라고 부르거나, 또는 이 주문을 따라 ‘태을교’라고도 불렀다. 또한, 증산교의 교파 가운데에는 이 주문과 관련하여 교단명칭을 ‘태을교’라고 붙인 것도 여러 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