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하천도회(夏天都會)라고도 했는데, 요즈음의 여름방학 특강과 같은 것이다.
매년 음력 5월과 6월 사이의 50일 동안 조용한 사찰의 승방(僧房)을 빌려 문도(門徒)들을 합숙시키고, 자기 사학 출신의 과거급제자로서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아직 벼슬하지 못한 자를 교도(敎導 : 일명 先達이라고도 함.)로 삼아 후배들을 지도하게 한 사학의 과거 준비교육의 하나이다.
주로 개경 근교에 위치한 귀법사(歸法寺)와 용흥사(龍興寺)가 장소로 이용되었다. 문종 때 최충(崔冲)이 문헌공도(文憲公徒)를 열고 하과를 처음 시작한 이래 다른 사학에서도 이를 실시하였다. 처음에는 중앙의 사학십이도(私學十二徒)를 중심으로 전개되었으나, 후에는 지방 주현(州縣)의 사학에까지 널리 확산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시 초기에는 주로 구경삼사(九經三史)를 가르쳤으나, 후대에는 시·부(詩賦) 짓기를 주로 하였다. 이 때 시작은 촛불에 금을 그어 시간을 한정한 이른바 각촉부시(刻燭賦詩)의 방법에 따라 진행되었으므로 ‘하과급작(夏課急作)’이라 불렸다.
한편 십이도의 하과가 끝날 무렵에는 으레 지제고(知制誥)가 시원(試員)으로 파견되어 문도들의 능부(能否)를 시험하고, 감시(監試)에 응시할 자격을 부여하였다. 따라서 하과는 능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발탁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할 수 있다.
1391년(공양왕 3)의 사학십이도 혁파와 함께 없어진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 풍속은 뒷날 서원(書院)의 거접(居接)으로 전승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