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 392면. 1966년 과학세계사(科學世界社)에서 306면으로 발간한 초판은 통사적인 서술이었다. 1975년정음사(正音社)에서 392면으로 개정증보판을 펴냈다. 1974년 영문판이, 그리고 1978년 일문판이 나왔다. 1975년판은 이 두 판의 중간 성과의 집약이라 볼 수 있다.
최초의 통사라 할 수 있는 홍이섭(洪以燮)의 『조선과학사(朝鮮科學史)』는 조선 초에서 조선 말까지의 과학기술을 연대순으로 서술한 개설서였다. 여기에 비하여 『한국과학기술사』는 분야별로 나누어 천문학·기상학, 물리학과 물리기술, 화학과 응용화학, 지리학과 지도를 다루고 있다.
니담(Needham,J.)의 『중국의 과학과 문명』과 흡사한 구성이다. 종합과학사를 목표로 하였지만 모든 분야가 망라되지 못하고 물리과학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또한, 순수과학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이유로 기술에 크게 치우친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서두에서 저자는 한국과학이 중국과학의 한 지류이며 그 변형이기도 하였으나, 중국의 과학기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고 언제나 한국적인 것으로 변형, 개량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첨성대·고려청자 등 여러 가지 예를 들고 있다.
1968년 미국에 가서 『한국과학기술사』의 영문판을 준비하면서 전면개정하는 작업을 하였다. 그 결과로 나온 1975년판은 질과 양에 있어 매우 나아진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판은 306면에서 392면으로 크게 늘어났을 뿐 아니라 허술하였던 서술방법과 체재도 크게 개선되었다. 그러나 생물학·건축·요업·수학 등은 여전히 빠져 있다.
초판에 보인 첨성대·지전설(地轉說) 등에 대한 과대평가도 개정판에서는 온건한 주장으로 수정되었다. 첨성대는 다목적 관측대에서 상설 천문대가 아닌 것으로, 지전설은 독창적인 것에서 서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바뀌었다.
이 책은 한국과학의 참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중국문화권의 과학에서의 한국의 몫을 되찾아 주었고, 한국사에서의 과학의 중요성을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한국사연구에 크게 기여하였다. 다만, 과학기술과 사상의 연관을 밝히는 데 소홀히 한 결함을 지니고 있다. 저자가 쓴 한국 과학기술에 관한 몇 권의 다른 책은 모두 이 책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