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댐 수몰지구 내의 봉계리고분군을 발굴 조사하던 중 고분 아래에서 신석기시대 토기편이 채집되어 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 선사시대 주거지가 분포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발굴은 1987년과 1988년 2차에 걸쳐 동아대학교박물관이 실시하였다.
이 유적은 거창에서 발원해 합천읍을 지나 고령에서 낙동강에 합류하는 황강(黃江) 중류에 형성된 삼각주평야지대에 위치한다. 이곳에는 선사시대 생활 유적과 가야시대의 고분군까지 분포되어 있었다.
당시 조사에서 확인된 주거지 유구는 원형(圓形)의 수혈식주거지(竪穴式住居址) 18기이다. 그 중 제1·2호는 역사시대, 제5·13·16호는 청동기시대, 제3·4·6·7·8·9·10·11·12·14·15·17·18호는 신석기시대에 해당하였다.
청동기시대와 신석기시대 주거지는 대부분 내부 중앙 바닥에 화덕터가 있었다. 그러나 예외로 제5호분은 주거지 밖에 판석을 둥글게 조립한 화덕터가 있었다. 간혹 어깨선 내부에 저장구덩이를 갖춘 예도 있다. 기둥구멍이 발견되지 않아 확실하지 않지만 지붕은 원추형(圓錐形)으로 추정되고 동쪽이나 서쪽에 입구가 있으며 배수시설은 없었다.
유물은 주거지 내부에서 주로 출토되었다. 신석기시대 주거지에서는 토기편과 석기편, 저장구덩이에서는 탄화(炭化)된 호두와 도토리 등이 발견되었다. 청동기시대 주거지에서는 반월형석도(半月形石刀)·맷돌·마제석촉·무문토기 등 비교적 완형품이 출토되었다.
이로 미뤄볼 때, 신석기시대 주거지는 주민의 자연적인 이동에 의해 폐기된 듯하다. 그러나 청동기시대 주거지는 갑작스런 사정에 의해 사용되었던 도구가 버려진 채 폐기된 듯하다.
출토된 토기편의 특징에 의해 신석기시대는 Ⅰ∼Ⅴ기로, 청동기시대는 Ⅰ기로 구분해 편년하였다. 봉계리식 신석기토기 Ⅰ기는 전면시문(全面施文)형태의 즐문토기와 동일한 시기이고 Ⅴ기는 겹아가리〔二重口緣〕를 가진 마지막 시기이다.
따라서 연대는 서기전 2500∼서기전 1000년 사이로 추정된다. 그리고 청동기시대 Ⅰ기는 우리나라 청동기시대 전기에 해당하는 고식(古式)의 것으로 서기전 700년경으로 편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