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조(張德祚)가 지은 단편소설. 1937년 1월 ≪삼천리 三千里≫에 발표되었다. 영화 속의 주인공이 두 손을 벌리고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장면을 구경하고 있는 인애와 그녀의 남편, 인애는 이 영화에 대하여 문학소녀처럼 감동하고 있다.
이러한 영화를 보고서도 무심한 남편의 태도가 인애에게는 못마땅하다. 그녀는 새삼스럽게 결혼이란 이러한 것인가 하는 회의에 빠진다. 적어도 혼인 전의 남편은 명랑한 성미와 달콤한 표정, 그리고 화려한 웃음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아도 같이 감동하던 그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으로 인애는 불만이 대단하다.
극장을 나와 전차를 타고 돌아오는 동안 인애는 여러가지 생각에 잠긴다. 남편이 그처럼 냉담하고 무관심한 것은 필연코 까닭이 있는 일이라고……. 인애가 답답한 심정을 호소하는 상대는 여류작가 영희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인애는 영희를 좋게 평가하지 않고 있었다. 영희의 남편에 대한 무관심을 인애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인애는 남편을 전적으로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안타깝다. 그동안 남편이 간다던 연회라든가 출장, 심지어 극장 앞에서 만나 인사한 기생에게까지 의심이 간다. 남편은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냉정한 태도, 진중한 모습이 다 까닭있는 일같이 생각되었다.
“오입을 하거던 나 몰래 해요.”라고 하면서 남편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던 기억도 잊은 채 만년문학소녀 같은 인애의 걱정은 끝이 없다. ‘아내마음’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작품은 혼인을 전후한 여성심리의 이모저모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피해망상 속에 사로잡혀 있는 여주인공의 심리묘사는 장덕조 나름의 기법으로 처리되어 있어 이색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