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 행랑에 세들어 사는 것도 행랑살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으나 그것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셋방살이이다. 행랑은 대문 양쪽에 붙여 지은 방으로, 사대부가나 경제적으로 부유한 집의 가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규모가 큰 가옥의 경우에는 정문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행랑채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여기에는 주인의 가족들이 거처하지 않고 주로 사역인들이 거처하는 것이 관례였다. 특히, 구 신분제도하에서는 노비들이 행랑방에 거처하면서 주인의 농사나 가사를 도와주고, 그들에게 복종된 관계에서 생활하였다. 가족을 거느린 노비들이 행랑방을 차지하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이밖에도 노비의 신분은 아니지만 가계가 궁핍하여 남의 집 행랑방에 기거하면서 그 집의 여러 가지 일에 노동력을 제공해 주고, 그 대가로 생계를 해결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생활을 흔히 담살이 혹은 머슴살이·더부살이라고도 한다.
이들은 신분적으로 볼 때 비록 주인과 상전과 하인이라는 관계에 있기는 해도 예속된 것은 아니고 언제든지 그 집을 나가 독자적인 생활인이 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여러 부류의 생활을 넓은 의미에서 행랑살이라고 한다. 그러나 엄격한 의미에서는 행랑에 살면서 주인의 일을 도와주고 생계를 해결하는 자유인에 한하여 행랑살이라고 할 수 있다.
행랑살이를 하는 사람은 주인의 일을 도와주고 자신의 생계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주인과 공생적인 관계에 있기는 해도 정당한 노동 계약관계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통사회에서는 행랑살이를 천한 생활로 인식하는 풍조가 있었다. 그래서 산업화 이후 행랑살이는 거의 소멸되고, 이들은 소작자와 임금노동자, 도시의 공장근로자로 전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