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한문·한글필사본. ‘낙양삼절록(洛陽三節錄)’이라고도 하며 한글필사본도 전한다. 소설 속에 나타난 시대는 명나라 성화연간에서 정덕초까지로 설정되어 있다.
하남 낙양현의 순경화(筍景華)와 계동영(桂冬榮)은 동서간이다. 집안이 넉넉한 순공에게는 외동딸 직소(織素)가 있었고, 계공은 아들 일지(一枝)를 두었다. 직소의 어머니는 딸이 장성하면 이종오빠인 일지와 혼인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계공은 이 두 이종남매를 집에 두고 글을 가르쳤는데 어머니의 죽음으로 직소가 집안일을 하게 되자 서로 만나지 못한다. 하루는 직소가 술을 준비하여 계공댁을 방문해 두 사람은 즐거운 상봉을 한다. 이 날 뜰에 핀 홍백 두 모란꽃을 두고 각기 시를 지어 계공의 칭찬을 받는다. 얼마 뒤 일지는 직소를 찾아가 앞날을 굳게 약속한다.
이후 아버지가 절강(浙江) 위상서(魏尙書)의 참모로 가게 되자 동행하게 된 일지는 중도에 개봉부(開封府) 옥청관(玉淸觀)에 들른다. 그곳에서 의양군주(義陽郡主)의 딸 설소저 화상 위에 앞의 모란시를 제(題)로 써놓는다. 마침 어머니의 쾌유를 빌기 위하여 옥청관에 온 설소저는 이를 보고 말없이 그 아래에 자기의 시를 써넣게 된다.
한편, 여승상(呂丞相)의 아들 여생(呂生)은 직소의 미모를 듣고 혼인할 것을 백방으로 꾀한다. 순공과 직소는 일지와의 혼약을 내세워 거절하지만 세력에 눌려 고심한다. 이 때 경사(京師)로 올라간 순공의 부름을 받고 길을 떠난 직소는 뱃길에 강풍을 만나고 병을 얻어 개봉부의 옥청관에서 머무르게 된다.
직소는 우연히 설소저의 화상에 일지와 설소저의 시가 있음을 발견하고 내력을 물었고, 지금 설소저의 집에서는 화상에 시를 쓴 일지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이러는 중 직소는 병부시랑에 있던 순공이 죄를 지어 중벌을 받게 되었는데, 여승상의 힘으로 벌을 면하게 되자 하는 수 없이 집으로부터 청혼을 허락하였다는 편지를 받는다.
전에 어머니의 시비였던 난지(蘭芝)의 집에 머무르면서 글을 지어 ‘계일지’라 거짓 서명한 다음, 난지를 시켜서 설소저의 집으로 보낸다. 설소저의 집에서는 글을 보고 전날 화상에 시를 쓴 소년으로 알고는 군주가 기뻐하며 혼인할 것을 독촉한다.
직소는 남자 옷을 입고 설소저의 집으로 가 인사한 다음,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를 대고 혼인을 피한다. 더 이상 혼인을 피할 수 없게 되자, 직소는 혼인식만 올리고는 과거길이 바쁘다면서 바로 경사로 향해 떠난다.
직소는 곧 편지를 써서 이 사실을 일지에게 알리고, 설소저에게도 자세한 사연을 적어 보낸다. 모든 사실을 안 군주와 설소저는 크게 감탄하고 직소와 함께 일지를 섬길 것을 결심한다.
그 길로 군주와 설소저는 경사의 대장공주(大長公主)를 설득하여 여승상의 아들을 귀비(貴妃)의 사위가 되게 하는 데 성공한다. 직소의 편지를 받은 일지는 그 정성을 찬탄하고 설소저와 직소를 부인으로 맞이하여 행복한 생을 누린다.
이 작품은 고행부분과 주인공의 영웅적 활동상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군담소설의 초기 형태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의 활동을 강조한 면이 특히 주목할 만하며, 우연의 일치가 비교적 적고 필연성에 의해 구성하려고 한 흔적은 높이 평가된다.
다만, 우리 사회의 정서에 맞는 애정결연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엮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배경과 관직 등에서 중국적인 색채가 너무 짙은 것이 흠이다. 국립중앙도서관·고려대학교 도서관·장서각에 있으며, 그 밖에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본(구 김동욱 소장본)과 조동일(趙東一) 소장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