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광기언해 ()

고전산문
문헌
조선 후기, 중국의 『태평광기』에 실린 이야기를 가려 뽑아 한글로 번역한 소설집.
문헌/고서
편찬 시기
17세기
권책수
5권 5책
판본
한문 필사본
표제
태평광긔
소장처
연세대학교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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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태평광기언해』는 조선 후기에 중국의 『태평광기』에 실린 이야기를 가려 뽑아 한글로 번역한 소설집이다. 모두 5권 5책이다. 『태평광기』 중에서 총 320여 종의 이야기를 한글로 풀어 써서 17세기 중세국어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며, 원서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생략과 변형을 통해 조선시대의 번역 양상 및 당대 조선인들이 중국 문화를 수용한 방식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정의
조선 후기, 중국의 『태평광기』에 실린 이야기를 가려 뽑아 한글로 번역한 소설집.
작품 개관 및 간행 경위

필사본(筆寫本). 5권 5책.

『태평광기(太平廣記)』는 중국 북송(北宋) 태평흥국(太平興國) 2년에 중국 각지에 퍼져 있던 당나라 이전까지의 설화(說話) · 소설(小說) · 전기(傳記) · 야사(野史) 등을 모두 채집(採集)하라는 임금의 명령에 의해 엮어진 전체 500권의 방대한 전집(全集)으로, 중국 설화 · 소설의 보고(寶庫)라 불린다.

고려 고종(高宗) 때, 여러 선비가 지었다는 「한림별곡(翰林別曲)」에 『태평광기』가 언급되어 있는 것[“葉 大平廣記 四百餘卷 大平廣記 四百餘卷”]으로 보아, 이 책이 고려 중기에 수입되어 널리 읽혔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우리나라 설화 · 고전소설(古典小說) · 한시(漢詩) 문학 등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조선시대에는 1462년(세조 8)에 성임(成任)이 『태평광기』의 이야기를 순서에 따라 가려 뽑아 50권으로 간추려 엮은 『태평광기상절(太平廣記詳節)』이 간행(刊行)되었다. 이것은 뒤에 다른 이야기들과 합쳐 편찬한 『태평통재(太平通載)』 80권 속에 실려 널리 퍼졌다.

『태평광기』는 전집이기 때문에 6,900여 종의 이야기가 종류별로 나누어져 실려 있는데, 이 속에서 순서에 관계없이 자유로 가려 뽑아 언해(諺解)한 것이 『태평광기언해』이다. 이 언해는 작성 시기와 작자가 밝혀져 있지 않으며, 현재 두 종류의 필사본이 있다.

이본 현황

『태평광기언해』의 이본(異本) 중 하나는 전 5권으로 되어 있는 김일근(金一根) 소장본(所藏本)인데, 그 중 제2권이 낙질(落帙)이다. 이 언해본(諺解本)은 제1권만 1957년 통문관(通文館)에서 영인(影印) · 출간(出刊)된 바 있고, 1990년에 다시 김일근 교수에 의해 두 종류의 『태평광기언해』가 영인 · 출간되었다. 이 언해본은 종류에 따른 구별이나 순서에 관계없이 『태평광기』의 각 분야에서 가려 뽑아 언해하여 분권하였으므로 원전(原典)의 체제와는 전혀 다르다. 낙질된 제2권을 제외한 네 권에는 모두 106편의 이야기를 싣고 있다. 제2권의 양이 다른 권과 비슷하다고 본다면, 김일근 소장본 『태평광기언해』의 전체는 130여 이야기를 수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언해본은 전 9권의 낙선재본(樂善齋本)이다. 이것은 완질(完帙)이 현존(現存)하며, 9권까지에 총 268편의 이야기가 역시 유별이나 편차에 관계없이 양에 따라 분권, 수록되었다. 그런데 이 낙선재본은 김일근 소장본의 5권을 보충하여 추가한 것이다. 여기에는 전 5권 본의 제4권 끝부분과 제5권 전체가 실려 있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이어 추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전 5권 본이 전해오는 동안에 낙장(落張)되고 산일된 것을 수습하여 싣고, 다시 원전에서 이야기를 뽑아 언해하여 추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김일근 소장본 중 낙질된 제2권이 연세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로써 『태평광기언해』 전 5권이 전모(全貌)를 갖추게 되었다. 제2권에는 21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어, 김일본 소장본과 합치면 『태평광기언해』에는 5권 5책에 127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셈이다. 연세대본의 21편 중 14편은 낙선재본과 중복되지만, 나머지 7편은 낙선재본에 없었던 작품이다. 이 7편은 「위풍뎐」 · 「두건뎍뎐」 · 「옥쇼뎐」 · 「독고목뎐」 · 「요ᄉᆡᆼ뎐」 · 「뉵옹뎐」 · 「비부국뎐」이다. 또한 낙선재본과 비교해 볼 때 연세대본이 낙선재본보다 앞선 이본[先行本]이며 17세기 후반의 자료로 추정된다.

언해 양상 및 내용

이 두 언해본에 서로 겹친 설화를 제하면 전체 320여 종의 이야기가 언해된 셈인데, 이는 원전 『태평광기』의 약 20분의 1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언해에 사용된 어휘와 표기에서 두 언해본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나타난다. 몇 가지 예를 들면, ‘결레ᄃᆞᆯ→겨레ᄃᆞᆯ이’ · ‘동뎡→동졍’ · ‘ᄠᅢ예→ᄯᅢ예’ · ‘ᄠᅥ나노라→ᄯᅥ나노라’ · ‘겨집ᄃᆞᆯ과→겨집들과’ 등으로 낙선재본이 후대에 변경, 표기한 것임을 알 수 있다.그리고 사용된 어휘로 보아 최초의 언해는 17세기경, 즉 조선 선조 이후 숙종 때까지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므로 국어학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

한편, 이 언해는 원문(原文)을 있는 그대로 충실히 직역(直譯)한 것이 아니라, 앞이나 뒷부분을 줄여 놓은 것도 있고 제목을 바꾼 것도 있으며, 인명만으로 된 원제목에 ‘뎐(傳)’을 붙여 놓은 것도 있는 등 국문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 낙선재본에는 『태평광기』 속의 이야기가 아닌 것을 10여 종이나 언해하여 함께 실어 놓았다. 여기에는 『전등신화(剪燈新話)』 · 『전등여화(剪燈餘話)』 속의 이야기를 언해한 것도 있고, 우리나라 필사본 고소설 「매화전」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도 ‘뉴방삼의뎐’이라는 제목으로 수록하고 있다. 어떤 설화는 시대 배경을 ‘홍무초(洪武初)’ · ‘대명초(大明初)’ · ‘원나라 지정간(至正間)’ 등으로 구체적으로 밝힌 것도 있어, 창작설화에 가까운 작품을 함께 싣고 있다. 이러한 것은 『태평광기언해』라 하여 언해하는 책의 제목이 분명한 책 속에 다른 작품을 섞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언해문학 연구의 한 자료가 된다.

저본(底本)은 『태평광기』의 초판본(初版本)인 송판(宋板)이 아니고 명나라 가정(嘉靖) 연간(年間)에 출간된 명판(明板)으로 확인된다. 저본 『태평광기언해』의 첫 부분은 신선(女仙 포함) 관계 설화로 시작하며, 신선 관련 설화가 전체의 20%에 달한다. 그러나 『태평광기언해』는 처음에 ‘「뎡덕닌뎐」 · 「니공뎐」 · 「ᄇᆡ셔뎐」 · 「매분아뎐」 · 「니탄녀뎐」 · 「두목디뎐」 · 「신번현령뎐」 · 「풍운뎐」 · 「최셔ᄉᆡᆼ뎐」 · 「최시뎐」’ 등으로 시작되는데, 이 10편 속에 신선 관련 이야기는 단 한 편도 없다. 처음 3편은 운수(運數) 관련 설화이고, 다음 3편은 부인과 애정 관계 이야기이며, 나머지 4편은 귀신 관련 설화이다. 전 5권짜리 이본 『태평광기언해』의 제1권에 실린 26편 설화 중 마지막 4편만이 신선 관련 설화이고, 절반인 13편이 귀신 · 요괴 관련 설화로 엮어져 있어, 설화 내용에 대한 조선시대 사람들의 관심도를 추정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의의 및 평가

조선시대 언해는 국가적 사업인 경서(經書) 번역이나 외교 문서 등 공식적 자료의 번역에서 흥미를 위한 문학 작품의 번역 및 개작(改作)으로 이어졌는데, 이를 『태평광기언해』의 번역 양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축자역(逐字譯) 번역이나 단순 번안(飜案)도 있지만, 조선인들이 관심이 덜한 원작의 내용을 과감하게 생략하거나 변형시키고 있어 당대 조선인들이 관심을 두었던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태평광기언해』는 국어학적으로 중요한 자료로, 고어사전(古語辭典)의 자료로 활용되고 있으며 17세기 국어 어휘 및 문법 현황을 잘 보여 준다. ‘-닝이다’ · ‘-링이다’ · ‘-링잇고’ · ‘-과댜’ · ‘-ᄯᅩ다’ 등의 어미가 빈번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나 연세대본에 있던 어휘가 낙선재본에서 바뀌는 것을 통해 17세기 후반과 18세기의 어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참고문헌

원전

김동욱 역, 『(교역)태평광기언해』(보고사, 2011)
김장환, 박재연 교석, 『(연세대 소장) 태평광기 언해본』(학고방, 2003)
김일근 편, 『태평광기언해』(박이정, 1990)

논문

김동욱, 「중세 이야기 번역, 번안의 제양상과 그 의미」(『반교어문연구』 22, 반교어문학회, 2007)
김장환·박재연, 「연세대 소장본 『태평광긔』 권지이에 대하여」(『동방학지』 121,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2003)
김현룡, 「태평광기언해본고-멱남본과 낙선재본의 비교고찰」(『겨레어문학』 7, 겨레어문학회, 1972)
관련 미디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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