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필사본. 관장(官長)과 선비의 호색과 위선을 풍자한 작품으로, 「배비장전」과 의취가 같은 소설이다.
한양에 동갑·동학(同學)인 김·이 두 선비가 있었다. 먼저 장원하여 기백(箕伯)이 된 김생을 이생이 동행한다. 이생을 위하여 선화당(宣化堂)에서 베푼 잔치자리에서 이생은 기생을 업신여긴 처사 때문에 중인(衆人)의 빈축(嚬蹙)을 산다.
친구 기백은 기생 오유란이 이생을 훼절시키도록 설득한다. 이생은 오유란의 함정에 빠져 이승과 저승을 혼돈하고 온갖 추태를 자행한다. 결국, 이생은 선화당 잔치자리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오유란과 마주 서서 춤을 추다가 중인 앞에서 망신당하고 만다. 이생은 곧바로 상경하여 암행어사가 되어 ‘어사출두’ 봉고(封庫)하고 형구를 갖추었으나, 기백이 옛일을 사과함으로써 그들은 우정을 되찾는다.
이 작품은 사설이 전하지 않는 판소리 「매화타령」과 『기문(奇聞)』에 있는 소화(笑話) 「기롱관장(妓弄官長)」과 모티프를 같이하고 있다. 친구인 기백이 기생과 공모하여, 친구 앞에서 스스로 우월해 보이려 하는 이생의 성격적 결함을 풍자하고 호색성(好色性)을 폭로한다는 점에서 「배비장전」의 결구와 같다. 그러나 이생과 오유란의 애정행각이 저승에서 행하여지는 소화적 설정(笑話的 設定)이 특이하다.
이생이 망신 당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암행어사가 되어 김생에게 보복하고 김생이 이를 감수함으로써 옛정을 되찾는 과정은 소화의 단순한 구조와는 다르다. 위선과 호색 등 인간의 약점을 풍자하면서 계층 내부의 인간관계에 내재되어 있는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융화를 지향하는 공동체의식이 반영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