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본. 제작연대는 효종과 이수광(李睟光)의 대화·일화가 삽입되어 있으므로 조선 효종 때로 추정된다. 그러나 작자는 효종대에 벼슬을 하지는 않았으므로, 당시의 일화를 이수광에게 의탁하여 지은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효종의 총애를 받고 있는 미남 김복상(金福相)과 효종의 궁녀가 사랑하다가 왕과 신하들에게 발각되었다. 신하들은 남녀를 모두 사형에 처할 것을 주장하나 왕은 이를 듣지 않고 노신(老臣)인 이수광에게 묻는다. 이수광도 사형을 주장하였으나 왕은 남녀를 귀양보내는 것으로 일단 사건을 마무리짓고 이수광을 평양으로 출장시킨다.
한편, 평안감사는 여인들을 동원하여 이수광을 훼절하게 하고 이수광은 결국 이 계교에 빠지게 된다. 왕은 이 사실을 구실로 김복상과 궁녀를 배소(配所)에서 소환하도록 한다.
이 작품은 인권존중과 남녀사랑의 숭고함을 주제로 하였는데, 「운영전(雲英傳)」(수성궁몽유록(壽聖宮夢遊錄))과 쌍벽을 이루면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운영전」도 궁녀와 외간남자와의 사랑을 다룬 작품으로, 여기에서 궁녀는 사형당하고 남자도 죽는 비극적 결말로 끝나는 데 반하여 「지봉전」은 행복한 결말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