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담(神異譚) 중 변신담(變身譚)에 속하며, ‘야래자형설화(夜來者型說話)’라고도 한다.
『삼국유사』 권2 기이(紀異) 제2후백제 견훤조에 전해지고 있으며, 비슷한 이야기가 『청구야담(靑丘野談)』 권1에 ‘괴물매야색명주(鬼物每夜索明珠)’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8세기 문헌이라고 하는 일본의 『고사기(古史記)』의 수진천황(崇神天皇)조에도 실려 있다. 전국 여러 지역에서 두루 구전되고 있는 설화이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밤마다 정체불명의 사나이가 처녀의 방에 찾아와 동침하고 아침이 되면 사라지곤 하였는데, 그러다 그 처녀가 임신을 하게 되었다. 처녀의 아버지가 남자가 오거든 실을 꿴 바늘을 남자의 옷에다 꽂아 놓으라고 딸에게 시켰다. 다음날 실을 따라 가 보았더니, 멀지 않은 곳에 바늘에 찔려 죽은 뱀이 있었다. 그 뒤 처녀가 낳은 아들이 비범하여 큰 인물이 되었다.
이 설화는 전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특히 서구의 것은 ‘큐핏-사이킷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일본의 삼륜산(三輪山) 전설은 우리나라 충청남도 연기군에서 구전되는 설화와 그 내용이 같으며, 두 곳의 지리적 상황도 일치하고 있어 흥미롭다. 그런데 일본 이야기에서는 태어난 아이가 나라를 세웠다고 한 반면, 연기군의 설화에서는 그 아이가 마을의 신으로 숭앙된다고 하였다.
야래자의 정체가 각 편에 따라 다양한데, 절굿공이·동삼(童蔘)·수달피·용·지렁이 등으로 나타난다. 절굿공이인 경우에는 태어난 아들이 없으며, 수달피인 경우에는 머리가 노랗게 태어나서 ‘노랗지’라고 불린 아들이 청태조의 아버지가 되었다고 하고, 용인 경우에는 아들이 중국의 천자가 되었다고 하였다. 지렁이인 경우에 태어난 아들이 바로 후백제를 세운 견훤이다. 또한, 자식이 출생하였다는 부분이 없기도 하고, 사람 대신 뱀이 여러 마리 나왔다는 변이형도 보인다.
이 유형의 설화 가운데에서 야래자가 뱀의 변신이고, 그 아들이 마을의 신이 되었다는 충청남도 연기군의 설화가 가장 정통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는 백제 지역에서 마을 수호신의 신이한 탄생을 나타내 주던 이야기를 후백제가 그 전통을 잇느라고 견훤의 출생담으로 활용하여 건국신화로 발전시키려 하였던 것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