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인간 ()

삼국유사(1권 1~36) 1
삼국유사(1권 1~36) 1
개념
단군신화에 나오는 고조선의 건국이념이자 대한민국의 교육법이 정한 교육의 기본 이념.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홍익인간은 단군신화에 나오는 고조선의 건국이념이자 대한민국의 교육법이 정한 교육의 기본 이념이다. 인본주의 사상과 이타주의적 윤리관, 현세를 우선시하는 현세주의적 사고가 홍익인간의 핵심으로, 고조선 건국에 참여한 구성원들의 소망이 단군신화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삼국유사』나 『제왕운기』에서 거론된 후 한말에 이르기까지 특별히 주목되지 않다가, 일제강점기에 통일민족국가 건설을 추구하던 진보적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되살아나, 민족공동체 건설을 위한 기초 덕목으로 자리잡았다. 정부수립 후에는 교육의 기본이념으로 채택되었다.

정의
단군신화에 나오는 고조선의 건국이념이자 대한민국의 교육법이 정한 교육의 기본 이념.
개설

홍익인간이라는 말은 『삼국유사』 고조선조와 『제왕운기』 전조선기에서 고조선의 건국과정을 전하는 내용 속에 나온다.

『삼국유사』 고조선조에서는 “고기(古記)에 이르기를 옛날에 환인(桓因)의 아들 중에 환웅(桓雄)이 있었는데, 자주 천하에 뜻을 두어 인간세상을 탐냈다. 아버지 환인이 아들의 뜻을 알고 삼위태백을 내려다보니 홍익인간할만 하거늘, 천부인 세 개를 주어 내려가 다스리게 하였다. 환웅이 삼천무리를 이끌고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 아래로 내려가니 이를 신시(神市)라 하였다”고 전한다. 이에 의하면 홍익인간은 환인이 환웅을 인간세상에 내려 보내면서 제시한 지침이었다.

『제왕운기』에서는 환인이 환웅에게 삼위태백으로 내려가서 홍익인간 할 수 있는지 그 의지를 물었고, 그런 지시에 응하여 환웅이 지상으로 내려온 것으로 되어 있다.

문헌기록에서는 홍익인간이 천신(天神)인 환인이 인간세상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이었던 것으로 되어있지만, 실제적으로는 고조선 건국에 참여한 구성원들의 소망을 진술한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고대인들이 국가와 권력 및 통치자들에게 바라던 바를 환인의 이름을 빌어 신화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신화에 의하면 환웅이 지상에 내려와서 신시를 건설하고, 풍백 · 운사 · 우사를 거느려 주곡 · 주명 · 주병 · 주형 · 주선악 등 인간세상 360여사를 관장한 것으로 나오는데, 신시에서 환웅이 처결했다고 한 360여사는 모두 홍익인간이라는 지침을 세상에서 실천한 일이었을 것이다.

내용

홍익인간은 흔히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로 해석되나, 자의(字意)에 충실하게 해석하자면 “인간을 크게 도우라”가 될 것이다. 그것은 인간을 모든 가치에 앞세우는 사상이다.

홍익인간은 ‘인간’을 ‘홍익’하라는 구조로 되어 있다. 여기서 ‘홍익’행위의 대상인 ‘인간’은 1차적으로는 인간사회나 공동체라는 의미를 가지지만, 신이나 동물에 대한 상대개념으로의 ‘사람’(Human Being)의 의미도 가지며, 국가나 통치자에 대한 상대개념으로의 ‘백성’-피치자의 의미와, ‘나’나 ‘에고’에 대한 상대개념으로의 ‘남’(타인)의 의미도 가진다고 분석된다.

그리고 ‘홍(弘)’은 ‘널리’보다는 ‘크게’의 의미가 우선이다. ‘널리’로의 ‘홍’은 편중되고 독점되며 불평등한 것에 반대되는 의미이지만, ‘크게’로의 ‘홍’은 규모가 작고 부족하며 빈곤한 것에 대립되는 지향을 가진다. ‘익(益)’은 ‘이롭게 한다’거나 ‘돕는다’의 의미이며, 행복하게 해주라는 취지로 의역할 수 있을 것이다.

학자들 중에는 원효「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에 홍익인간과 유사한 ‘홍익중생(弘益衆生)’이라는 용어가 나오는 점 등에 주목하여 홍익인간이 불교사상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설명하는 이들이 있어 왔다. 그러나 홍익인간은 고조선건국신화에 본래 포함되어 있던 고유적 사상과 관점을 압축적으로 반영한 말로 보아야 할 것이다.

고조선건국신화는 오랫동안 구전되어 오다가 한자가 유입된 후 한자로 번역되어 사서에 채록되는 과정을 밟았는데, 구전의 고조선건국신화 속에 포함된 건국목적이나 지향가치에 해당하는 내용이 ‘홍익인간’으로 번역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조선건국신화를 한문으로 처음 번역한 사람은 신화에 포함된 취지와 관점을 정확하게 전달해줄 적절한 한자어를 찾았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불교문헌에 나오는 ‘홍익중생’ 같은 용어를 보았을 것이지만, 그러나 ‘홍익중생’으로는 고유의 취지를 담아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고조선건국신화는 인간중심사상으로 일관되고 있었으며, 홍익의 대상을 인간만이 아닌 모든 중생으로까지 확장하는 불교의 ‘홍익중생’과는 다른 지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로써 보면 홍익인간은 불교와 상관없는 고유적 사상이었던 것이다.

홍익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는 인본주의나 인간존중 · 복지 · 사랑 · 봉사 · 정의 · 민주주의 · 공동체정신 · 평화 등과 같은 여러 가지로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그 핵심적인 세 가지는

(1) 국가와 권력 · 돈 · 시장 · 학술 · 종교 · 교육과 과학기술 등 모든 문명장치는 인간을 위해(인간의 행복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보는 인본주의적 사상과

(2)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위대한 것으로 보는 이타주의적 윤리관, 그리고

(3) 내세의 행복이 아닌 현세의 복지를 우선시하는 현세주의적 사고 등이라 할 수 있다.

홍익인간은 인간행복을 위협하는 모든 상황에 대해 반대하며, 특히 국가와 권력(통치자)는 홍익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본다. 그리고 개개인들에게는 공동체와 이웃을 위해 대가 없이 봉사하는 적극적 윤리를 제시한다.

홍익인간은 『삼국유사』나 『제왕운기』에서 거론된 후 한말에 이르기까지 특별히 주목되지 않았다. 홍익인간을 되살려 낸 이들은 좌 · 우익을 초월한 통일민족국가를 추구하던 1920~1930년대의 진보적 민족주의자들이었다. 특히 단군의 건국으로부터 민족사가 시작되었다고 보는 단군민족주의자들이 큰 역할을 하였다.

좌우통합의 통일이론으로 제안된 조소앙삼균주의안재홍신민족주의 같은 정치이론들은 자기 이론의 사상적 기원을 민족고유의 홍익인간이념에서 찾고 있다. 정인보김구는 홍익인간을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인본주의적 윤리로 해석하여 민족공동체건설을 위한 기초덕목으로 삼았다.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주의자들이 발굴한 홍익인간은 해방직후 미군정의 교육분야 자문기구인 조선교육심의회에 의해 교육의 기본이념으로 채택되었다(1945.12).

그리고 정부수립 후 「교육법」이 정식으로 제정될 때 법제화되게 된다(1949.12). 「교육법」 제1조에서는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완성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공민으로의 자질을 구유케 하여 민주국가 발전에 봉사하며 인류공영의 이상실현에 기여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교개관」(1958)에서는 홍익인간을 교육이념으로 채택한 이유를, “홍익인간은 우리나라 건국이념이기는 하나 결코 편협하고 고루한 민족주의 이념의 표현이 아니라 인류공영이란 뜻으로 민주주의의 기본정신과 부합되는 이념”으로서, ‘우리 민족정신의 정수’이면서, 기독교의 박애정신과 유교의 인(仁), 그리고 불교의 자비심과도 상통되는 모든 인류의 이상이라는 데서 찾고 있다.

교육이념으로의 홍익인간은 교육이 길러야 할 인간상을 제시한 것이면서, 교육이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규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홍익인간할 수 있는 덕성과 역량을 가진 인재를 교육이 길러야 한다는 뜻과 함께, 교육은 권력이나 돈과 같은 가치가 아닌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활동이어야 한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의의와 평가

홍익인간은 한민족 역사상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의 건국이상으로 이해되어왔다. 환웅이 신시를 건설한 목적이었고, 단군이 조선을 건국함에 있어서도 그 이념이 계승되었으리라 상정되기 때문이다.

교육사업을 지휘할 최고 지도이념으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홍익인간이 현대 한국의 정치와 교육을 규율하는 기조원리로 실천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일 것이다. 제시하는 바가 추상적이고 사실이 아닌 신화 속에서 거론된 것이라는 이유로, 홍익인간을 교육이념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시도도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홍익인간은 여전히 교육이념의 지위를 지키고 있으며, 한국의 교육과 정치를 반성하고 문명과 윤리를 비판하는 가치이자 이념으로 지속적으로 호명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삼국유사(三國遺事)』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
『홍익인간이념연구』(정영훈 외,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9)
『홍익인간사상과 통일교육』(권성아, 집문당, 1999)
『홍익인간과 교육이념』(박부권·정재걸, 한국교육개발원, 1989)
「건국이념 홍익인간이 추구하는 세상과 삶」(정영훈, 『한민족연구』 제14호, 2014)
「대한민국의 교육이념과 교육목적에 대한 검토」(최봉영, 『인격교육』 제1호, 한국인격교육학회, 2007)
「한국 교육이념의 법철학적 해석」(윤현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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