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玄鎭健)이 지은 단편소설. 1920년 11월 ≪개벽 開闢≫(5호)에 발표되었다. 작가의 처녀작으로 퍽 감상적이고 미숙한 습작 정도의 작품이다. 현진건의 초기 작품에서는 순진한 청춘남녀 학생들의 애정심리들이 즐겨 다루어졌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소재로 인한 미숙성, 즉 상투성이 문제가 아니라 그 내용이 가지는 의식과 그 의식을 드러내는 표현기법에 문제가 있다.
신식교육을 받는 젊은 남녀 K와 S는 서로 열렬히 사랑하였으나 K의 봉건적 가문에 의하여 끝내 이루어지지 못하고, K의 도피와 S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따라서, 이 작품이 말하는 것은 자유연애를 배척하는 ‘썩은 관습’이다.
즉, “그러나 우리가 오늘날 이렇게 된 것이 당신의 잘못도 아니고 저의 잘못도 아니야요. 그 묵고 썩은 관습이 우리를 이렇게 만든 것입니다.” 이 말은 그들이 헤어질 때 S가 하는 말로서 사실상 이 소설의 핵심부분이다.
그러나 소설의 대부분은 상투적 표현의 남발 속에서 자유연애에 대한 감상적 묘사가 차지하고 있다. K와 S는 감상적 도피자와 감상적 희생화에 불과하였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도 사회제도에 대응하는 작가의식의 나약함이 사건 자체를 상투적이고 관념적이며 이른바 신파조로 이끌고 갔으며, 감상적 기법 또한 그것을 더욱 미숙하게 만들고 말았다.
따라서, 이 작품 속에서 나레이터인 2학년 학생인 ‘나’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보기 때문에 실제 사실의 기록도 못 되고 허위와 과장이 강한 감상문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하였다. 작가가 의도하는 참된 사랑이 우스꽝스러운 영탄조의 표현에 실려 무의미하게 되어버렸다.
이것은 이 소설이 가지는 사건 자체의 진행, 즉 연애, 부모의 반대, 이별, 죽음이라는 사건진행은 현실성보다는 도식적인 신파 형태를 취함으로써 그 변화가 자연스럽게 이해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황석우(黃錫禹)가 “소설이 아니다.”라고까지 혹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