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경(嘉慶) 17년(1812, 순조 12)의 명문이 있는 지장시왕도로, 양공(良工) 계의(戒誼), 성첨(性沾), 의성(義成) 등 3인의 화승이 제작하였다. 비단에 채색한 작품으로, 그림의 크기는 세로 139㎝, 가로 129.5㎝이다. 원래 울산 오봉사(五峰寺)의 명부회탱(冥府會幀)으로 조성되었던 것이나, 현재 통도사 성보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2001년 경상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면의 중앙에는 지장보살이 결가부좌하고 앉아 있으며, 주위에는 도명존자(道明尊者)와 무독귀왕(無毒鬼王)을 비롯하여 시왕, 판관, 사자, 선악동자, 옥졸 등이 지장보살을 둘러싸고 있다.
지장보살은 승형(僧形)으로 수미단 위 연꽃대좌 위에 앉아 있는데, 사각형에 가까운 얼굴에는 가는 필선으로 이목구비를 묘사하였다. 왼손은 복부 앞 무릎 위에 대어 투명보주를 들고 있으며 오른손은 가슴 위로 올려 손가락을 마주잡고 있다. 지장보살의 대표적 지물인 석장(錫杖)은 도명존자가 대신 들고 있다. 착의법은 오른쪽 어깨를 살짝 덮은 변형 편단우견(偏袒右肩)으로 붉은색의 대의에는 원형의 화문을 비롯한 문양들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주위의 권속들은 넓적한 얼굴에 형식화된 인물표현 등 본존과 유사한 특징을 보여주는데, 전체적으로 얼굴에 비하여 신체가 짧아 불균형한 모습이다. 그러나 시왕과 판관, 사자 등의 수염 하나하나까지 자세하게 묘사한 얼굴이나 잔잔한 화문이 그려진 의복, 목리문(木理文)까지 표현된 수미대좌 등에서 화사들의 정성이 돋보인다.
채색은 적색과 녹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으면서도 적색이 특히 많이 사용되는 등 19세기 불화의 경향을 따르고 있으며, 이외에 호분과 청색, 황색 등이 함께 사용되었다.
이 불화에 등장하는 주위의 권속들은 전체적으로 얼굴에 비하여 신체가 짧아 불균형한 모습이나 시왕과 판관, 사자 등의 수염 하나하나까지 자세하게 묘사한 얼굴이나 잔잔한 화문이 그려진 의복 등에서 독특한 느낌을 보여준다.
이 「지장시왕도」는 명문으로써 조성연대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불화로서, 통도사에 남아 있는 다른 불화들과 더불어 조선 후기 불교회화사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