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차관은 국내기업과 개인이 이윤을 목적으로 자신의 신용으로 외국에서 자본을 빌려오는 상업차관과 달리 정부보증으로 자금을 빌리거나 증여받는 것으로서 대부분 항만이나 교통시설 등 사회간접자본의 조성을 위하여 도입되므로 상업차관(commercial credit)에 비해 상환기간이 길고 이자율도 낮다. 공공차관은 국가 간의 직접적인 협상이나 국제연합(UN: United Nations)·세계은행(IBRD: 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아시아개발은행(ADB: Asian Development Bank) 등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는 1988년 아시아개발은행 차관공여 대상에서 제외되었으며, 1989년 세계은행의 1인당 국민소득 기준인 4,080달러를 넘어섬에 따라 1995년 3월 세계은행의 차관대상국에서도 제외되었다. 그러나 1997년 12월 외환위기를 계기로 다시 공공차관을 받게 되었다. 공공차관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개발도상국이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자본을 보완해주는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였다.
통상적으로 차관은 좁은 의미에서 정부 또는 공공기관과 외국과의 사이에서 행해지는 공적인 대차를 의미하는 공공차관이다. 하지만 상업차관은 국가가 아닌 기업이나 개인이 이윤을 목적으로 개인적으로 외국에서 차입의 형태로 자금을 빌리는 것이다. 국가가 아니라 기업이나 개인이 경제주체가 되어 재정경제부장관의 인가만 받으면 자금을 들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친 뒤 정부가 외국으로부터 자금을 들여오는 공공차관과는 다르다. 또 해외의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린다는 점에서 해외 증권시장에서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해외증권 발행과도 구분된다.
한국의 경우 ‘외국인투자 및 외자도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상업차관은 상환기간 또는 결제기간이 3년을 초과하는 것으로, 미화 100만 달러 이상에 한정한다. 상업차관을 허용하게 되면, 기업의 조달금리가 국제금리 수준인 연 4∼5% 이내로 낮아져 금융비용이 크게 줄어드는 반면, 외화 유입에 따른 통화량 증가로 물가상승을 불러올 수 있고, 환율하락을 통해 경상수지를 감소시킬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정부는 공공시설재 도입에만 상업차관을 허용해 오다가, 1998년 8월부터 만기 3년 이상의 100만 달러가 넘는 상업차관 도입도 허용하고 있다.
공공차관은 목적에 따라 정치목적에 한정되는 정치차관과 철도·고속도로 건설 또는 전력개발 등 경제적 목적에 사용되는 경제차관으로 나누어진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피해국의 부흥 또는 후진국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으로부터의 융자도 차관이라고 한다. 공공차관은 차관기간이 비교적 장기이고, 자금용도는 특정한 목적에 엄격히 한정된다는 데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는 1959년 미국의 개발차관기금(DLF:Development Loan Fund)에 의한 첫 차관으로 동양시멘트가 설립되었으며 그 이후 지금까지 많은 차관을 도입하였는데 이는 국내자본과 외환보유액이 작고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급속한 경제개발에서 필요한 자본을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공공차관은 용도에 따라 AID개발차관(development loan)·프로그램차관(program loan) 등이 있다. AID차관과 프로그램차관은 모두 원조의 형식을 취하나 AID차관이 시설재에 한하는 반면, 프로그램차관은 일반 원자재에 한한다. 프로그램차관은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계획 전체에 대해 일정한 차관 한도를 설정해 그 한도 내에서 개발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프로젝트의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AID차관은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을 목적으로 미국이 제공하는 장기 융자의 하나였다. AID차관은 1951년 제정된 상호안전보장법(MSA:Mutual Security Act)에 의거한 개발차관기금에서 시작된 것으로 미국 대외원조법 중 경제원조 분야인 국제개발법(AID:Act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에 근거를 두고 있다. 따라서 AID차관이라고도 한다.
원조방식은 증여가 아니라 차관의 형식이며 연도별·국가별 원조계획과는 상관없이 사업별로 차관액을 결정한다. 또 차관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현지 통화로 상환할 수 있고 상환금을 다시 대출할 수도 있어 회전기금의 성격을 띤다. 개발차관은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에 긴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을 우선 육성함으로써 국제무역과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므로 융자 대상국은 융자금을 본래의 목적에 충실히 사용할 것을 해당 정부가 보증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나라 공공차관은 처음 1959∼1975년 동안에 대외 신뢰도가 없는 상태에서 무상원조가 그 주종을 이루었으나 무상원조가 점차 감소하면서 유상외자 도입을 추진하였다. 그 이후 1966년부터 1978년 사이에 경제개발계획의 추진과 투자재원의 조달을 위해 공공차관을 통해 외화자금의 양적인 확대를 추진하였다. 하지만 1979년에서 1991년 사이에는 경제체질에 대한 개선이 요구되고 대외 신인도의 제고를 목적으로 외자도입 방식을 다양화하게 하여 공공차관의 비중이 줄어들고 상업용 외화자금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특히, 1992년 이후 국내자본시장의 개방으로 자본시장의 국제화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우리나라 공공차관의 규모는 1966년에 6천만 달러 수준에서 점차 증가하여 1975년에 4억 7천만 달러, 1979년에는 11억 2천만 달러 이었다. 1980년대 전반에 공공차관은 급격히 증가하여 1982년에 18억 6천 달러가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그 이후 공공차관의 규모는 급격히 하락하여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약 4억 달러 수준에 머물다가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단기적으로 부족한 외화유동성을 메우기 위해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공공차관을 차입하면서 공공차관의 규모는 다시 1997년에 53억 9천만 달러, 1998년에 51억 7천만 달러, 1999년 39억 1천만 달러에 달하게 되었다. 2000년 들어서 공공차관의 규모는 급격히 줄어들다가 2003년 1천8백만 달러를 끝으로 더 이상 기록에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이는 공공차관의 역할을 민간 부문의 외화자금이 대체하였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국내 자본시장이 개방화되면서 공공차관의 필요성이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해외에서 빌려오는 외화자금의 채무와 채권, 즉 외채로 바뀌게 되었다. 우리나라 정부는 경제성장에 필요한 사회간접자본 및 공공시설의 투자로 인해 부족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해외에서 장기적으로 외채를 차입할 수 있으며, 통화당국은 단기적인 통화량 조절과 물가를 관리하기 위해 주로 단기적인 외채를 운용한다. 단기적으로 외채의 급격한 유입은 국내 유동성의 팽창을 가져와서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 있고,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외채가 가지는 중요성을 감안하여 외채구조의 적정성, 외채 상환능력 등을 평가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외채관리지표를 개발하여 외채를 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