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화정리유적은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건설부지에 대한 문화재(현, 국가유산)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유적이다. 1999년 충청매장문화재연구원에 의해 발굴조사되었으며, 조사결과 백제시대 구덩유구 86기와 조선시대 구덩주거지 1기가 확인되었다. 백제시대 유적의 조성연대는 5세기 후반대로 추정된다.
발굴조사된 구덩은 평면형태에 따라 원형 · 방형 · 타원형 · 부정형으로 구분된다. 표면에서 원형의 평면이 확인된 경우 바닥면도 원형으로 확인되지만, 방형과 타원형 · 부정형의 구덩 바닥은 대부분 방형이다. 구덩의 바닥은 별도의 시설 없이 생토면을 평탄하게 정지하여 조성하였으며, 내부에서 확인되는 구조물도 없다. 다만 입구에서 아래 바닥면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넓어지는 복주머니형이다.
구덩의 규모는 입구 지름 90∼360㎝, 바닥 지름 130∼366㎝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깊이는 10∼309㎝에 이르는데, 주로 평면 원형의 구덩에서 100㎝ 이상의 대형이 많이 확인된다. 유구의 중복관계는 평면 방형의 구덩 위에 원형이 중복된 예가 대부분이지만, 그 반대의 예도 있어 평면 형태에 따른 선후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출토된 유물은 굽다리접시[高杯]와 그릇받침[器臺]굽다리조각[臺脚片], 연질의 시루와 긴계란모양토기조각[長卵形土器片]등이 있으나, 대부분 파손된 잔편이고 완형은 굽다리접시 1점뿐이다. 따라서 출토유물을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유구의 편년은 어렵다.
화정리유적은 백제시대 주거지와 같은 생활유구나 분묘유적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지만 주변 지역으로 조사범위를 확장할 경우 관련유적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이 유적이 위치한 지역은 논산천변의 논강평야에 인접해 있는 곳으로써, 넓은 평야지대를 중심으로 생업경제와 관련하여 저장공간이 강조된 유적으로 판단된다. 주변에서 조사된 공주 안영리 · 장선리 · 덕지리유적, 논산 정지리 · 원북리유적에서도 화정리유적에서처럼 주거지보다 구덩유구의 존재가 특히 주목된 바 있다. 이 유적은 백제시대 다양한 생활문화상을 파악할 수 있는 유적으로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