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7세기 초반에 살았던 예안김씨 집안의 인사들이 참여해 제작한 3점의 계회도로서 2009년 보물로 지정되었고, 현재 부산의 신성수가 소장하고 있다. 1546년경 김사문(金士文)이 참여해 제작한 「추관계회도(秋官契會圖)」는 비단 바탕에 수묵으로 그렸고, 세로 95.0㎝, 가로 61.0㎝이다. 1581년 김륵(金玏)이 참여한 계회를 담은 「기성입직사주도(騎省入直賜酒圖)」는 비단 바탕에 수묵으로 그렸고, 세로 97.5㎝, 가로 59.0㎝이다. 1606년경에 제작된 「금오계회도(金吾契會圖)」에는 김지선(金止善)이 참여했고 종이 바탕에 수묵으로 그렸으며, 크기는 세로 93.5㎝, 가로 63.0㎝이다. 모두 상단의 제목과 중단의 그림, 하단의 좌목(座目)으로 구성되는 조선 초, 중기 계회도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추관계회도(秋官契會圖)」는 1546년(명종 1) 봄에 추관, 즉 형조(刑曹) 소속 낭관(郎官)들이 가진 모임을 기념해 제작된 것이다. 당시의 모임에는 형조에서 근무하던 정5품 정랑(正郞) 유수(柳洙)ㆍ이만영(李萬榮)ㆍ임구령(林九齡)ㆍ함세장(咸世章) 등 4명과 정6품 좌랑(佐郞) 박규(朴葵)ㆍ노경린(盧慶麟)ㆍ안축(安舳)ㆍ김사문(金士文) 등 4명, 총 8명의 정원이 모두 참여하였다. 화면의 여백에 시문으로 이름났던 형조판서 정사룡(鄭士龍)의 찬시(讚詩)가 묵서되어 있다.
16세기 중반에 유행한 강변산수식(江邊山水式) 동관계회도(同官契會圖)로서 근경에 자리한 언덕 위에서 모임이 열리고 있고 중경은 수면으로 채워졌으며, 원경에 산을 배치하였다. 15세기부터 많이 그려진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와 사시팔경도(四時八景圖) 계열의 산수화 구도를 활용했다. 또 단선점준(短線點皴)이 적용된 산과 언덕, 해조묘(蟹爪描)의 수목 표현 등에서 안견파(安堅派) 화풍을 계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성입직사주도(騎省入直賜酒圖)」는 1581년(선조 14)에 기성, 즉 병조(兵曹)에 입직한 관리들에게 선조 임금이 술을 하사한 일을 기념하여 제작된 것이다. 좌목에 기재된 참여 인사는 이우직(李友直)ㆍ신담(申湛)ㆍ정유청(鄭惟淸)ㆍ김륵(金玏)으로 총 4명이다.
역시 동관계회도에 속하지만 산수를 배경으로 하지 않고 건물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점은 「추관계회도」와 차이가 있다. 또 1570년대 새로 등장한 형식, 즉 특정 건물에 집중하지 않고 청사(廳舍)의 전경(全景)을 조망해 담았다. 따라서 화면은 광화문으로부터 경복궁 일곽, 뒤편의 백악산과 인왕산의 형세를 포괄하고 있는데, 광화문 안쪽 회랑에 주연(酒宴) 장면이 그려져 있다. 이는 당시 근무 중 궐내에서 모임을 가진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오계회도(金吾契會圖)」는 1606년(선조 39)에 금오, 즉 의금부(義禁府)에 소속된 종5품 경력(經歷) 2명과 종5품 도사(都事) 8명이 가진 모임을 기념하여 제작된 것이다. 당시 참여한 인사는 이중계(李重繼)ㆍ박상현(朴尙賢)ㆍ윤영(尹偀)ㆍ한선일(韓善一)ㆍ김몽호(金夢虎)ㆍ원사열(元士悅)ㆍ박돈(朴潡)ㆍ김지선ㆍ유희로(柳希老)ㆍ김응익(金應翼) 등이었다. 또 화면에 찬시를 써준 인물은 당대 시인과 문장가로 이름났던 유근(柳根)이었다. 당시의 계회는 15세기부터 모임 장소로 선호되었던 한강변의 잠두봉(蠶頭峰)에서 이루어졌다.
이 「금오계회도」는 16세기 후반에 이미 서호(西湖)의 잠두봉을 무대로 정형화된 계회도 형식을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 근경의 불쑥 솟아오른 잠두봉에서 열린 모임 장면, 그 너머 중경의 선유도(仙遊島)와 모래톱, 그리고 원경에 산을 포치하는 3단 구도로 이루어졌다. 산과 언덕 표현에 단선점준과 호초점(胡椒點)이 적극 구사되어 있어 구도뿐 아니라 화풍에서도 전대의 잔영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3점의 계회도는 예안김씨 김사문ㆍ김륵ㆍ김지선으로 이어지는 삼대(三代)가 각자 소속된 관청의 동료들과 가진 모임을 기념해 제작된 것으로 16세기에 널리 성행했던 ‘동관계회도’이다. 하지만 관념산수를 배경으로 한 「추관계회도」, 청사 전경을 담은 「기성입직사주도」, 실경산수를 배경으로 한 「금오계회도」등 16∼17세기 계회도의 다양한 전개 양상을 보여준다. 또 여러 대에 걸쳐 제작된 계회도를 오랜 기간 후손가에서 보관해온 희귀한 사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