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법 ()

회화
개념
동양화나 서예에서 붓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리키는 미술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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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동양화나 서예에서 붓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리키는 미술용어.
개설

동양의 붓은 족제비, 토끼 등 짐승의 털을 대나무 자루에 끼워서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털은 붓의 끝에 가면 뾰족한 형태로 모이게 된다. 먹물을 찍어 종이나 비단에 획(劃)을 그을 때 힘을 얼마나 주느냐에 따라 같은 붓이라도 다른 굵기의 획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커다란 붓이라도 끝부분만 사용하면 매우 가느다란 획을 그을 수 있다. 아주 작은 글씨나 세밀한 작은 그림이 아니라면 대개 팔을 종이나 비단으로부터 일정한 간격을 두어 움직인다. 이것을 현완(懸腕)이라고 한다. 이 때 팔의 움직임이 흐트러짐이 없어야 고른 획을 그을 수 있다.

연원 및 변천

중국에서 언제부터 지금과 같은 붓을 사용했는지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이미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유물들에서 비수(肥瘦), 즉 획의 굵기와 가늘기의 변화를 보이는 그림들이 발견된다. 즉 전국시대 초묘(楚墓)에서 발굴된 「용봉사녀도(龍鳳仕女圖)」가 그 좋은 예이다. 한(漢)대부터 육조(六朝)시대 인물화에서는 주로 장봉(藏鋒), 또는 중봉(中峰) 기법, 즉 붓의 끝이 획의 가운데 있도록 하여 일정한 굵기의 획을 만들어 내는 필법을 많이 사용하였다. 이런 선을 철선묘(鐵線描)라고 한다.

이와 반대로 붓끝이 획의 한쪽에 노출되도록 획을 긋는 측필(側筆)도 있다. 그러나 만당(晩唐)과 오대(五代)로 이어지는 시기에 일품(逸品) 화법이라고 분류되는 그림들이 등장하면서 필법에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즉 붓의 놀림을 좀 더 자유롭게 하여 형태 자체를 한 획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먹의 농도(濃度)에 많은 변화를 주어 산수화에서 대기(大氣)의 느낌을 창출하기에 이르렀다.

내용

수묵산수화와 사군자(四君子)가 본격적으로 발달되는 오대(五代)와 북송(北宋) 시대에 이르면서 좀 더 다양한 형태의 필법이 고안되었다. 사군자는 특히 문인화(文人畵) 발달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발달하였고 사군자의 획은 서예의 필획과 동일시(同一視)되며 발달하였다. 예컨대 서예의 비백법(飛白法), 즉 필획의 속도감과 세(勢)를 표현하기 위하여 소량의 먹물을 붓에 묻혀 빠른 속도로 획을 그어내리는 기법은 묵죽(墨竹), 묵매(墨梅)화에 그대로 적용되었다.

필법을 이론화(理論化)하는 형호(荊浩, 870년경∼930년경)의 『필법기(筆法記)』라는 저술도 이 시기에 등장하였다. 이 글에서 형호는 근(筋), 육(肉), 골(骨), 기(氣)라는 필획의 사세(四勢)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필법의 이론화는 동양화의 평가기준을 제시하는데도 적용되었다. 산수화에서 다양한 준법(皴法), 즉 바위, 흙, 나무 등 산수화의 여러 요소에 질감(質感)을 부여하는 기법도 이 시기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발달하고 있다.

의의와 평가

동양의 서예와 수묵화에서 같은 이론적 배경으로 발달한 필법은 오늘날까지 지필묵(紙筆墨)을 사용하는 문화권(文化圈)의 모든 나라에서 계속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며 실천되고 있다. 간단한 도구인 붓과 종이, 먹이라는 매체(媒體)는 실로 무한한 표현 기능을 가지고 있는 동양 문화의 산물이다.

참고문헌

『필법기(筆法記)』
『한국회화사용어집』(김정희, 이성미 공저, 다할미디어, 2003)
「사군자의 상징성과 그 역사적 전개」(이성미, 『화조 사군자』(정양모 책임감수,중앙일보사,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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