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러 모스크바 선언 (러 Moscow )

정치·법제
사건
2001년 8월 4일모스크바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발표한 공동선언.
이칭
이칭
북러모스크바공동선언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의
2001년 8월 4일모스크바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발표한 공동선언.
개설

북한과 러시아 양국은 소연방 해체 이후 10여 년 간의 단절된 정치적 공백기를 극복하고 불리한 대외환경을 타개하기 위한 양국 간의 전략적 접근을 위해 2000년 2월 ‘조러친선,선린및협조에관한조약’을 체결한 데 이어, 같은 해 7월 19∼20일에는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여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고, 2001년 7월 26일∼8월 18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를 답방하여 ‘조러모스크바선언’을 발표했다.

역사적 배경

‘조러모스크바선언’은 양국의 경제적 필요성 뿐 아니라, 소연방 해체 이후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실추된 지정학적 영향력을 복구하기 위한 러시아의 적극적 개입정책과 견고한 정치적·안보적 후견세력의 구축을 토대로 국제적 고립의 해소와 대미·대남 관계에서 우월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북한의 전략적 고려가 상호교차되어 체결되었다.

경과

2001년 7월 26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약 1개월의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 그리고 8월 4일 푸틴 러시아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에 양국은 국제문제에 대한 공동인식에서부터 안보 및 경제협력과 남북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합의한 8개항의 ‘조러모스크바선언’을 발표했다.

결과

‘모스크바선언’에서 표방하는 주요내용은 크게 국제전략적 안정화, 북·러 및 한반도·러시아 관계의 긴밀화, 한반도 문제의 자주적·평화적 해결 등이다.

우선 양국의 정상은 선언을 통해 “국제관계에서 독립과 자주권, 영토완정이 철저히 보장”되어야 하고 “매개 국가는 평등한 수준의 안전을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제1조)고 확인하는 한편, “요격미사일제한조약(ABM)이 전략적 안정의 초석”이며, 북한의 “미사일계획이 평화적 성격”을 가지므로 북한의 “자주권을 존중하는 그 어느 나라에도 위협으로 되지 않는다”(제2조)고 함으로써 국제전략적 안정화의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으로 양국 정상은 2000년 7월 19일의 ‘평양공동선언’과 같은 해 2월 9일의 ‘친선선린및협조에관한조약’을 바탕으로 “친선관계를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로”(제3조)하고, “여러 분야에서 쌍무적인 협조를 가일층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과 조치들에 대하여 합의”(제4조)했다.

또한 “쌍방은 무역경제협조 분야에서 이미 이룩된 합의들을 구체화하면서 쌍무결제에서의 과거문제들을 조정하는데 기초하여 공동의 노력으로 건설된 기업소들, 특히 전력부문 기업소들의 재건계획들을 우선적으로 실현”하기로 했으며, “러시아 측은 일련의 쌍무계획 실현을 위하여 조선 측의 이해 밑에 외부의 재정원천을 인입시키는 방법을 이용하려는 자기의 의향을 확인”(제5조)했다.

아울러 “조선반도 북남과 러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수송로 창설계획을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공약하면서 조선과 러시아 철도연결사업이 본격적인 실현단계에 들어 선다는것을 선포”(제6조)함으로써 북·러 및 한반도·러 관계의 긴밀화를 표명했다.

마지막으로 양 정상은 2000년 6월 15일의 ‘남북공동선언’에 따라 “북남대화가 외부의 간섭 없이 계속되는 것을 확고히 지지”하면서 “러시아는 앞으로도 조선반도에서의 긍정적인 과정들에서 건설적이며 책임적인 역할을 수행할 용의를 확언”(제7조)하는 한편, 남한에서의 “미군철수가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보장에서 미룰 수 없는 초미의 문제로 된다”는 입장을 확인하였다.

또한 러시아 측은 북한이 “일련의 유럽 국가들 및 국제기구들 사이의 공식관계 설정이 적극화되는 것을 환영”하고 북한과 “미국, 일본과 같은 나라들 사이에서 회담과정에서 성과가 이룩”(제8조)되기를 바란다고 함으로써 한반도문제의 자주적·평화적 해결방안을 강조했다.

의의와 평가

‘모스크바선언’의 주요내용은 북한과 러시아가 추구한 각각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첫째, 외교적 측면에서, 북한은 공동선언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대미협상에 대한 지원을 얻어내고자 했다. 즉 북한은 대러관계의 긴밀화와 미사일 계획의 자주성에 대한 러시아의 동의를 얻어냄으로써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경색된 대미관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압박용 카드를 손에 쥘 수 있었다.

또한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함으로써 미국 뿐 아니라 남북관계의 급진전을 바라는 남한에도 일정한 신호와 경고를 보여주고자 했다. 이제까지의 관계개선을 통해 더 이상의 단기적 실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대남관계를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고 향후 대화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하고자 주한미군 철수론을 재차 끄집어낸 것이다. 말하자면 북한은 현 상황에서 대미 혹은 대남관계를 계속 진행시키기보다는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을 통해 외교적 역량을 비축하겠다는 의도를 보여 주었던 것이다.

한편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미국 미사일방어체제(MD)의 아킬레스건인 ABM 유지에 관한 지지를 얻는 동시에, 북한이 2003년까지 미사일 발사시험을 동결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받아냄으로써 부시 대통령의 MD 제안이 갖는 근거를 허물 수 있는 카드를 손에 넣고자 했다. 그 결과 러시아는 북한과 외부와의 미사일 중재자 역할을 통해 자국의 외교적 위상을 높였을 뿐 아니라, 미국과의 MD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카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아울러 일련의 대북 경제지원 제스처를 통해 한반도에 대한 외교적 영향력을 강화시키는데 성공했다.

둘째,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은 러시아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남북한 종단철도(TKR) 연결 합의의 대가로 북한이 러시아에 지고 있는 부채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한편, 양국간 무역확대와 과거 소련이 북한에 건설했던 발전소를 비롯한 각종 기업소들의 현대화 지원약속을 받아냈다. 러시아는 TSR과 TKR의 연결에 합의하고 북한철도 현대화사업 추진 약속을 받아내 한반도 남북과 러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수송로 창설에 한발 다가서는 성과를 얻어냈다. 또한 양국간 결제방식의 조정을 통해 경제협력 및 무역규모 확대에 합의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경제적 실익 확보 및 영향력 강화 측면에서 일보 전진을 할 수 있었다.

참고문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의 모스크바선언』
「김정일의 방러 평가와 러북관계 전망」(고재남, 외교안보연구원, 『주요국제문제분석』, 2001)
『러북관계 변화추이와 푸틴의 대북정책 전망』(여인곤, 통일연구원, 2001)
• 항목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거쳐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사실과 다른 내용, 주관적 서술 문제 등이 제기된 경우 사실 확인 및 보완 등을 위해 해당 항목 서비스가 임시 중단될 수 있습니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공공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도에 따라 이용 가능합니다. 백과사전 내용 중 글을 인용하고자 할 때는
   '[출처: 항목명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같이 출처 표기를 하여야 합니다.
• 단, 미디어 자료는 자유 이용 가능한 자료에 개별적으로 공공누리 표시를 부착하고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신 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ID
저작권
촬영지
주제어
사진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