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총」과 「영자의 전성시대」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이다.
「지사총」과 「영자의 전성시대」는 ‘나’의 이름이 영식과 창수로 다르지만 등장인물과 내용이 같은 연작소설이다. 「지사총」은 화자인 ‘나(영식)’가 군대 가기 전 철공공장에서 일할 때 창녀 창숙과의 이야기이고, 「영자의 전성시대」는 3년이 지나 제대한 ‘나(창수)’와 창녀 영자의 이야기이다.
「지사총」은 나와 창숙이 추석날 ‘지사총제’에 참석하면서 생긴 일을 그리고 있다. 용접공인 ‘나’와 창녀 창숙은 한국전쟁 중에 부모를 잃은 고아이고 지사의 자식들이다. 해마다 국가에서 ‘지사’의 넋을 기리기 위해 국무총리와 특별시장이 나와 거창하고 진지하게 제사를 지낸다. 하지만 작가는 이들의 진지한 모습과 눈에 침을 묻히고 우는 시늉을 하는 창숙을 대조하여 이 의식을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그려낸다. 국가 권력은 국가를 지키다 죽은 지사에 대한 예우를 다하는 것처럼 하지만 결국 그 행동은 허울뿐이라는 것을 드러내 보여준다. 또한 작가는 지사의 자식인 ‘나’와 창숙이 사회의 밑바닥 삶을 살고 있는 것을 통해서도 지사와 그 자녀에 대해 국가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영자의 전성시대」에서는 가부장제의 폭력성에 전락하는 여성의 삶을 그리고 있다. 영자는 식모, 버스 차장, 창녀로 전락을 하다가 불에 타 죽는 인물이다. 작가는 영자를 죽음까지 내몬 것이 바로 가부장제와 국가 권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식모를 성욕을 해소하는 하수구로 생각하는 주인남자들, 영자를 겁탈하려고 기회를 보는 ‘나’와 이를 옆에서 부추기는 김 씨 등은 가부장제의 전형들이다. 전쟁 중 여성을 겁탈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군인이나 전쟁에서 적을 공격하듯이 하는 성매매 단속 등은 국가 권력의 폭력성을 드러낸다.
「지사총」과 「영자의 전성시대」는 ‘대중소설’과 ‘호스티스 소설’로 재미만을 추구하는 소설로 폄하되기도 하지만 이 작품에서 작가는 풍자와 아이러니를 통해 1970년대의 국가권력의 허위성과 국가 권력과 가부장제의 폭력성을 비판하고 있다. 또한 작가는 하층민이 사용하는 비속어를 사용하여 산업화와 가부장제에 밀려난 하층민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