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바라보는 노처녀 문자는 별 볼 일 없는 출판사에서 10년 동안 교정일을 하는 여성이다. 초라한 행색에 매사에 순종적이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거나 이용을 당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또한 그녀는 10년 동안 유부남인 한수의 첩으로 살며 대가를 받기는커녕 돈과 사랑과 딸까지 빼앗기며 살아간다.
이렇게 문자가 기꺼이 순종적일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절대적 존재와 겨루고 있다는 자신감과 우월감이 있기 때문이다. 탐욕 때문에 상처만 주는 한수를 비롯한 세상에 복수하는 방법이 바로 그들을 더욱 사랑하는 것임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그들이 주는 고통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더욱 희생할 때 낙타가 제 몸의 지방을 서서히 생명수로 녹여 열사의 땅 한 가운데를 가듯이 자신은 최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출세작이자 1983년 이상문학상을 받은 이 작품은 그의 소설의 본령인 ‘절대성의 추구’가 잘 나타난 작품이다. 주인공 문자는 최고의 경지인 절대성에 도달하기 위해 물질과 학수에 대한 집착이나 딸 옥조에 대한 모성까지 초극하고자 한다. 사막을 건너는 낙타와 고목나무의 비유, 리비아 유목인에 관한 삽화 등을 통해 문자가 고통과 시련을 극복하고 이를 승화시키는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