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문학은 다양성·타자성·혼종성·다문화성을 특징으로 하는 이주자의 삶과 정체성을 그린 문학이다. 디아스포라문학·이주문학·이민문학라고도 한다. 식민주의로 인한 강제적 이동뿐만 아니라 결혼 및 노동, 생계, 망명을 위해 국경을 넘는 이주자들이 출현하면서 나타났다. 광의의 이산문학은 재일, 재미, 재중, 재러작가의 작품과 해외입양인문학, 외국인노동자, 결혼이주여성, 한민족 디아스포라를 주인공으로 하는 국내 작가들의 작품까지 포함된다. 이산문학은 탈국경·다문화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문학적 상상력으로 민족문학의 한계에서 벗어나 한국문학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이산문학이란 민족국가의 영토를 벗어나 이주국에 거주하는 이주자의 문학을 일컫는다. 역사적으로 식민주의로 인한 강제적 이동뿐만 아니라 글로벌경제와 전지구화 및 세계화는 자본과 노동의 이동과 유연화를 가져왔고, 결혼 및 노동, 생계, 망명을 위해 국경을 넘는 이주자들이 출현하면서 이산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1세기는 탈민족적 · 초국가적 · 전지구적 상황 속에서 탈국경하는 이주자, 여행자의 이동이 많은 시대이다. 국경을 넘는다는 것은 타문화, 타언어, 타민족과 대면하고 접촉하게 되는 것이며, 고국을 떠나 타국에 정착한다는 것은 단일정체성이 아니라 다원성의 이중자아 혹은 이산자아로서 국민과 비국민으로서의 차별과 배제를 인식하는 것이다. 국민의 지위 획득 유무에 따라 법적 · 인간적 우열이 갈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은 일반적으로 재외한인문학 혹은 해외동포문학을 일컫고 있지만 이는 작가에 초점을 맞춘 정의이다. 따라서 재일, 재미, 재중, 재러작가의 작품과 해외입양인문학 그리고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노동자, 결혼이주여성, 한민족 디아스포라를 주인공으로 그들의 디아스포라적 의식이나 디아스포라 현상을 다룬 국내작가들의 작품들도 광의의 이산문학으로 볼 수 있다. 이주자는 고국과 이주국 사이에서 민족적 · 언어적 · 문화적 갈등과 정체성의 혼란스러움을 겪으며, 경계인, 이방인, 소수자, 디아스포라로서 타자적 위치에 놓인다. 이와 같이 경계에 놓인 여행자, 이주자, 난민 등의 출현과 더불어 이들이 등장하는 문학을 일컫는다.
“이산”은 영어로는 “디아스포라(diaspora)"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민족분산 혹은 민족이산으로 번역된다. 어원적으로 디아스포라는 그리스어 전치사 dia(영어로 ‘over’ 혹은 ‘through’, 우리말로 ‘∼넘어’, ‘여러 방향으로’, ‘경유’)와 동사 spora(영어로 ‘to sow’, 우리말로 ‘씨를 뿌리다’)에서 유래되었다. 디아스포라는 대문자 Diaspora를 써서 팔레스타인 또는 근대 이스라엘 밖에 거주하는 유대인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어 왔으나 소문자 diaspora로 의미가 확장되면서 이주민, 국외로 추방된 난민, 초빙 노동자, 망명자 공동체, 소수민족 공동체와 같은 의미도 지니게 되었다.
사프란(William Safran)은 디아스포라의 특징으로 ①특정지역에서 외국의 주변적 장소로의 이동, ②조국에 대한 집합적 기억이나 신화의 공유, ③거주국 사회로의 온전한 진입에 대한 희망의 포기와 그로 인한 소외와 고립, ④후손들이 결국 귀환해야 할 장소로서 조국의 이상화, ⑤조국의 회복과 유지, 번영을 위한 정치경제적 헌신, ⑥조국과의 지속적인 관계유지와 공속의식을 거론한다.
윤인진은 ①한 기원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두 개 이상의 외국으로 분산한 것, ②정치적 · 경제적 기타 압박 요인에 의하여 비자발적이고 강제적으로 모국을 떠난 것, ③고유한 민족문화와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것, ④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동족에 대해 애착과 연대감을 갖고 노력하는 것, ⑤모국과의 유대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자이니치 학자 서경식은 근대의 노예무역, 식민지배, 지역분쟁, 세계전쟁, 시장경제 글로벌리즘 등 몇 가지 외적 인 이유에 의해 대부분 폭력적으로 자기가 속해 있던 공동체로부터 이산을 강요당한 사람들 및 그들의 후손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이주자는 이중언어와 이산자아, 다문화적 상황에 놓이며, 자기정체성 추구, 고국에 대한 향수, 문화의 혼종성, 타국에서의 차별과 배척이라는 조건 속에서 디아스포라 정체성을 획득한다. 2000년대 이후 디아스포라의 삶을 그린 문학들이 양산되고 있으며, 문학의 속문주의를 주창하는 한국문학에서도 이러한 문학을 수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산문학은 재외한인문학과 국내 작가가 발표한 다문화문학으로 나눌 수 있다. 외국에서 거주하는 한국인 출신 작가의 문학은 고국에 대한 향수와 거주국의 언어, 문화 사이에서 혼란과 갈등을 갖게 되는 이중자아 혹은 경계인이자 이방인 의식을 지닌다. 식민지 시대에 강제적으로 이주한 1세대 디아스포라작가와 달리 2,3세대의 경우 작품의 변화를 보인다. 가령 1세대 작가의 경우 국가와 민족에 대한 정체성과 그 향수가 삶의 중심이 되고 한국어도 잊지 않고 살아가지만 2,3세대의 경우 민족정체성에 대한 확신이 엷어지고 한국어를 상실했기에 인류 보편적인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또한 외국인 135만 시대의 한국사회는 다문화사회로 진입 중이며 이를 반영하듯 외국인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다문화가정 2세뿐만 아니라 조선족, 재일조선인, 탈북자 등 한민족 디아스포라가 등장하는 문학이 발표되고 있다. 이주자는 민족적 배타주의와 외국인 혐오, 세계시민의식의 부족으로 우리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이주생활을 하는 타자로 재현된다. 최근의 이산문학에서는 귀환이나 정체성 혹은 뿌리찾기보다는 이주국에서의 적응과 문화혼종성,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트랜스내셔널 이주자로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거나 변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재외한인문학은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발표된 해외동포작가의 작품을 말한다. 이들 작가는 이산 드림을 꿈꾸며 신분상승을 위해 이민한 경우도 있으나, 조선족, 재일조선인, 고려인작가처럼 식민지, 분단이 낳은 한국 근대사의 결과로 강제 이주한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비극적이고 운명적인 이산생활을 영위한다. 이산문학은 고국에 대한 기억과 귀국하고자 하는 열망이 강해 한국어를 잊지 않는 이민 1세대와 이주국에서의 적응으로 인해 한국어를 잊게 됨으로써 보편적인 인간의 삶과 갈등을 표출한 이민 2,3세대의 문학 등 세대적인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조선족문학은 중국의 개혁개방과 1992년 한중수교, 1994년부터 불기 시작한 ‘한국바람’으로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가 한국사회에 편입되었고, 리근전, 김학철, 우광훈 그리고 허련순의 문학들이 발표 혹은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조선족문학에는 디아스포라적 특성이 담겨 있다. 고려인문학은 고려인 신문 『선봉』을 중심으로 문단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조명희,리진, 양원식, 아나톨리 김, 미하일 박 등의 작가들이 있다. 『선봉』은 『레닌기치』, 『고려일보』로 제호가 변경됨으로써 민족주의를 강조하던 시대로부터 점차 희석되는 양상을 보인다.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당한 이주3,4세는 한국어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하며, 체제순응적 성격과 디아스포라적 성향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재일 혹은 자이니치문학은 일보에 거주하는 한반도 출신자와 그 자손으로 식민지 시대엔 황국신민, 일본국민이었다가 일본 패전후엔 외국인으로 취급됨으로써 혹독한 차별과 배제를 체험하는 재일동포이자 소수민족으로서의 한민족 디아스포라문학이다. 재일한인작가로는 김달수, 김석범, 김학영, 현월, 이회성, 양석일, 이양지, 유미리 등이 있으며, 이들은 경계인으로서 초국가주의적 의식이나 정체성에 대한 회의와 방황, 보편적인 인간의 실존 등 세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인으로서의 한인과 한민족 사이의 정체성과 주변부 혹은 소수민족으로서 살아가는 재미작가의 작품으로는 마종기 시인과 더불어 이창래의 「네이티브 스피커」, 차학경의 「딕테」, 노라 옥자 켈러의 「종군위안부」등이 있다.
재외동포작가들은 거주국에서도 문학적 평가를 받으며 작가로서의 명성을 인정받고 있는데, 재미작가 이창래는 헤밍웨이문학상, 미국도서상을, 재일작가 서경식은 에세이클럽상을, 현월, 이회성, 이양지, 유미리는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또한 재러작가 아나톨리 김은 톨스토이문학상을 비롯하여 러시아의 각종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조선족작가 허련순은 김학철문학상을, 입양아 출신 문인인 쉰네 순 리에스도 노르웨이의 브라게문학상을 받아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이산문학은 한민족디아스포라문학이면서도 이주국에서는 주변부문학으로서 소속되는 이중성을 지닌다.
해외입양 출신 작가들의 작품은 조국으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이 외국에서 성장한 후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고국을 방문하면서 분열과 혼돈을 체험하는 과정을 담음으로써 경계인 정체성의 혼란을 주제로 요리책, 자서전, 산문집, 소설, 기행문, 시집 등 장르를 뛰어넘는 디아스포라 글쓰기가 특징적이다. 대표작으로는 쉰네 순 뢰에스의 『꽃다발 먹기』, 제인 정 트렌카의『피의 언어』등이 있다.
국내에 발표된 문학으로는 탈북여성을 그린 황석영의 『바리데기』, 정도상의 『찔레꽃』, 강영숙의 『리나』등이 있으며, 외국인노동자의 고통과 비극적 현실을 그린 박범신의 『나마스테』, 하종오의 시집 『입국자들』, 『국경 없는 공장』, 『아시아계 한국인들』 등이 있다. 조선족 이주여성이나 결혼이민자가 등장하는 천운영의 『잘 가라, 서커스』, 서성란의 「파프리카」, 김인숙의 「바다와 나비」, 김재영의 「코끼리」 등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우리 사회를 반영하는 일련의 문학들이 발표되고 있으며, 초기에는 일방적으로 차별과 배제적 시선을 받으며 고통당하고 억압받는 이주자의 현실이 재현되었다면 최근에는 자매애적 유대감이나 자국민과의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변화를 보인다.
글로벌경제와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은 우리 사회에 외국인과의 공존을 모색하게 하며, 인권, 윤리, 톨레랑스, 세계시민의식 등의 화두를 문제 삼는다. 또한 다문화가정 2세의 등장도 이산문학의 주요한 소재로 채택되고 있다.
이산문학에 대한 최근의 관심은 국문학의 기준과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반면 확장시킨다. 국문학은 작가의 국적, 발표장소, 모어가 기준인 속인주의, 속지주의, 속언주의를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디아스포라문학의 경우, 모국어가 아닌, 타국의 언어로 쓰여질 때 이를 국문학으로 볼 것인가 외국문학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언어, 주제, 작가로 구분했던 기존의 국문학 정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며, 최근의 경향은 다문화사회로 나아가면서 이를 수용하는 편이다. 이산문학은 탈국경 · 다문화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문학적 상상력으로 최근 등장한 문학의 한 장르로 민족문학의 한계에서 벗어나 한국문학의 영역을 확장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