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세 번째 발표작품으로 1914년 8월 19일 동미서시에서 출판되었다. 재자(才子)와 가인(佳人)의 혼사장애담을 기본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여성 주인공이 악인의 음모로 인해 수난을 겪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신소설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작품이다.
김교원의 딸 경원은 부친이 교사로 재직중인 재동소학교 교장 신씨의 처조카 이정진과 정혼하지만 부모의 잇따른 죽음으로 인해 결혼이 연기된다. 이때 외숙 전먹통 내외가 후견인 행세를 하면서 경원이 상속받게 될 재산을 가로채고자 한다.
전먹통 부부는 경원을 탐하는 불량학생 구소년과 짜고 이정진의 모친에게 경원의 정부(情夫)가 있다는 거짓 소문을 흘려 정진과 결혼식을 올리기로 예정한 바로 전날 파혼을 당하게 만든다. 경원은 자신을 강제로 구소년에게 시집보내려는 외숙 내외를 피해 도주하지만 갖은 고초를 겪던 중 자신을 구원해 준 여승과 함께 금강산으로 들어간다. 이정진 또한 다른 사람과 결혼시키려는 모친의 채근을 피해 영국 유학을 결심하고 배를 탔다가 폭풍을 만나 파선하여 동해안을 거쳐 금강산에 이르게 된다.
경원이 금강문을 지날 때 뒤쫓아오던 구소년이 여승을 죽이고 경원마저 해치려 하나 마침 같은 곳을 찾아온 정진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건진다. 구소년은 체포되고 두 사람은 서울로 돌아온다.
경원은 정진의 모친이 새로 정혼했던 윤국장의 딸 장원 또한 부인으로 맞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정진은 이를 받아들여 2명의 신부와 혼례를 올린다. 아울러 신교장 부인의 활약으로 전먹통 내외의 죄상이 발각되어 이들은 10년형에 처해진다.
이 작품은 일본 작가 스에히로 텟초(末廣鐵腸)의 원작소설「설중매(雪中梅)」(1886)의 내용과 일정한 유사성이 있기 때문에 번안소설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비교적 충실한 번안 작품으로 볼 수 있는 구연학(具然學)의「설중매」(1908)와 달리 최찬식에 의해 많은 변형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인과응보를 주제로 하고 있으며, 식민지화 이후 통속성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였던 신소설의 일반적인 양상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