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나’는 평소 정신적 이상주의를 추구하는 아내와의 부부 생활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나’는 아내가 의사인 한덕만 박사의 사회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다툼 끝에 별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나’는 아내가 처녀 시절 한 박사를 사랑했으나 친구인 은영에게 그를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내와 한 박사를 떼어 놓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이처럼 이 작품은 ‘나’ 부부의 별거와 재결합에 이르는 과정을 중심으로 하여, 한덕만과 은영 부부, 처제 정숙, 술집 작부 옥경의 애정 관계를 이야기의 주된 골격으로 삼고 있다.
‘나’와 아내의 갈등은 정신과 육체의 대립으로서 나타나는데, 이것은 『부부』를 이루는 중요한 서사적 장치다. ‘나’는 육체적 욕망에 충실한 사람이지만, 아내와 재결합하기 위하여 그녀의 요구대로 자신의 성적 욕망을 정신적 가치로 다스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가 아내의 금지를 깨뜨릴 때마다 갈등이 발생하면서 이야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부부』의 결말은 대중소설에서 흔히 나타나는 ‘도덕주의적 공식’에 따라 다소 허무하게 마무리된다. 한 박사와 아내는 사랑을 이루는 데 실패하고, 대신 처제 정숙이 은영과 이혼한 한 박사와 결혼하게 되면서 ‘나’와 아내가 표면상으로 화해하는 것이다.
손창섭은 1960년대에 대중소설로 전환하면서 연애와 결혼, 가족 등의 일상적 요소를『부부』안에 끌어들이고 있다. 이는 전후 사회상에 놓인 실존적 인간과 삶의 양상을 다루었던 작가의 이전 작품들과 비교적 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이 작품은 대중의 취향에 부합한 통속소설로 치부되어 1960년대 이후에 집필된 손창섭의 다른 소설들처럼 논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왔다.
실제로『부부』는 대중소설이 자주 이용하는 인물들 간의 갈등 구도나 성적 관능의 문제를 통해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서고 있다. 그러한 특성은 주로 부부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는 아내와 가부장적 권위가 승인되는 사회에서 ‘제처권(制妻權)’을 장악하지 못한 남편 ‘나’의 역전된 관계에서 나오고 있다.
『부부』에 나타나는 사랑, 부부, 연애, 성 등에 대한 가치판단은 1960년대의 사회적 규범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부부』는 당대 한국의 생활 세계와 사회상을 고려하여 복합적으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작품은 1960년대의 변화된 문학 환경에서, 손창섭이 전후 세대라는 틀을 벗어나 창작의 내적 한계를 극복하려고 한 시도로서 평가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