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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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물을 세우기 위하여 연약한 지반을 개량하거나 보강하는 건축공법. 디뎡 · 복정.
이칭
이칭
디뎡, 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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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구조물을 세우기 위하여 연약한 지반을 개량하거나 보강하는 건축공법. 디뎡 · 복정.
개설

지정은 한자로는 복정(卜定)이라고 쓰는데 이는 ‘디뎡’이라는 한글 고어를 한자로 차음하여 표기한 것이며 ‘디뎡’은 현대어인 지정으로 변화하였다.

지정과 유사한 용어로 기초(基礎)라는 것이 있다. 둘 다 집 지을 땅을 견고하게 하는 건축공법이라는 것은 차이가 없으나, 개념적으로 기초는 건물 단위이고 지정은 여러 건물이 들어서는 전체 터 단위라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 즉 기초하기 전에 집 지을 터를 만들기 위해 높은 곳은 깎고 낮은 곳은 성토하여 대지를 조성하고 견고하게 다지는 일련의 일을 지정(地定)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건물을 짓는 데는 좋은 터를 골라 지정을 하지 않고 건물기초만 잘해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궁궐이나 성곽처럼 대단위 건축에서는 건물기초를 만들기 전에 여러 건물이 들어설 터를 고르고 다지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이를 지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기초(基礎)는 지정을 하고 나서 건물이 들어설 자리에 기둥의 침하를 방지하기 위해 지반을 보강하거나 개량하는 일을 말한다.

개념적으로 대지 전체 지반을 보강하는 일을 지정이라고 하고, 건물지 지반을 보강하는 일을 기초라고 할 수 있는데, 때로는 지정과 기초가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진흙에 의한 뻘 지반에서는 기초하기 전에 암반이나 생토 층까지 먼저 나무말뚝 등을 박아 튼튼히 하고 말뚝위에 기초를 한다. 이 경우 나무말뚝을 박은 층을 말뚝지정이라고 하고 말뚝지정 위에서부터 기둥아래까지 지반 보강층을 기초라고 할 수 있다. 이때는 지정과 기초가 상하로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수원 화성 팔달문과 장안문은 건물지 전체를 파고 모래를 채워 다진 다음 육축을 쌓고 육축 위에 문루를 올렸다. 이 경우 입사지정과 입사기초 두 용어 중 어느 것을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지정과 기초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화성행궁 앞 도로는 흙을 층층이 채워가며 다졌는데 이 경우는 위에 건물이 없기 때문에 기초라고 하기는 어렵고 토축지정 또는 판축지정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지정과 기초는 구분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구분할 수 없을 때도 많다.

내용

지정의 종류는 사용되는 재료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흙을 이용한 토축지정, 나무말뚝을 사용한 말뚝지정, 적심석을 이용한 적심석지정, 장대석을 이용한 장대석지정, 모래를 이용한 입사지정 등이 많이 사용되었고, 드물게는 숯을 사용한 탄축지정도 볼 수 있다.

나무말뚝지정은 한양도읍을 만들면서 많이 사용한 지정법이다. 경복궁에서 숭례문에 이르는 지역은 원래 지반이 낮고 뻘 지반이어서 바로 건물을 짓는 것은 불가하다. 그래서 나무말뚝을 격자형으로 촘촘히 박고 그 위에 적심석으로 기초를 하고 집을 지었다. 최근 시전행랑과 서울시청부지 등을 발굴하면서 이러한 지정법이 많이 발견되었다. 나무말뚝도 땅 속에 박는 경우, 특히 뻘 속에 박는 경우는 산소가 차단되어 부식되지 않고 오랫동안 버티기 때문에 충분히 지정재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토축지정은 일정한 두께로 층층이 흙을 다져 쌓아 올라가는 지정법이다. 흙을 너무 두껍게 넣고 다져도 온전하게 다져지지 않기 때문에 보통 7∼8치 정도를 넣고 4∼5치 정도가 될 때까지 다진다. 다질 때는 달고라는 연장을 사용하는데 한자로는 저(杵)라고 한다. 달고는 나무달고와 돌달고가 있다. 나무달고는 나무말뚝과 같이 생간 일인용이 있고 나무 메와 같이 생긴 2-4인용이 있다. 또 넓은 대량의 지정을 위해서는 10인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절구처럼 생긴 돌달고가 사용되었다. 토축지정을 공법중심으로 할 때는 간축법(乾築法) 또는 석저간축법(石杵乾築法)이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지정의 모양으로 부를 때는 마치 시루떡처럼 판이 쌓인 것으로 인식하여 판축법(版築法)이라고도 부른다.

입사지정은 기초웅덩이(闕地)를 파고 모래를 물을 부어가면서 층층이 다져올라오는 방법을 말한다. 모래를 물을 부어 다진다고 하여 사수저축법(沙水杵築法)이라고도 한다. 입사기초에 사용되는 모래는 대개 강모래인 세사(細沙)를 사용한다. 세사를 구하기 어려운 곳에서는 황사(黃沙)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를 석비레[石飛輿]라고 한다. 석비레는 화강석이 풍화되어 만들어진 산모래로 백토라고도 부른다. 한국에서는 화강석이 많기 때문에 석비레도 비교적 흔히 구할 수 있다. 입사기초의 사례는 수원 화성의 성문공사에서 볼 수 있다. 장안문과 팔달문, 창룡문, 화서문 등은 문 자리 전체를 사람 키 이상으로 판 다음 사수저축법으로 입사기초를 했다. 성문 하부가 육중한 무사석으로 홍예를 틀어 성문을 만들고 그 위에 문루를 올렸기 때문에 다른 건물에 비해 하중이 매우 큰 구조물이다.

적심석지정은 기초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때로는 마당 등 지반을 다지기 위해 지정으로도 사용된다. 적심석만을 다지면서 쌓아올리는 방법이 있고 적심석과 흙을 교대로 쌓아올리는 교전교축법(交塡交築法)이 있다. 교전교축법(交塡交築法)으로 기초한 사례는 화성 성벽기초에서 볼 수 있다. 성벽 폭으로 기초웅덩이인 궐지를 깊이 4.5자로 판 다음 자갈을 넣고 5∼6치가 될 때가지 다지고 그 위에 흙을 넣고 3치가 될 때까지 다져 이를 교대로 지면까지 한 다음 지면에서는 박석을 깔고 그 위에 성돌을 올렸다.

장대석지정은 지반이 특히 약하거나 건물 규모가 크고 하중이 클 때 사용한다. 생땅이 나올 때까지 웅덩이를 파고 장대석을 ‘井’자형으로 쌓아 올려 기초하는 방식이다. 장대석은 도로경계석처럼 생긴 방형단면의 긴 화강석을 말한다. 조선 후기에 중건된 경복궁 경회루와 남대문 및 동대문 기초가 장대석기초이다. 장대석기초는 물이 많고 지반이 특히 약한 곳에서 사용되었으나 흔한 기초는 아니다.

참고문헌

『알기쉬운 한국건축 용어사전』(김왕직, 동녘, 2007)
『화성성역의궤 건축용어집』(경기문화재단, 2007)
『한국건축대계4-한국건축사전』(장기인, 보성각, 2005)
「수원 화성의 기초공법 고찰」(김왕직, 한국건축역사학회춘계학술대회논문,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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