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 13행의 자유시에 서정적인 선율을 붙였다. 4분의 3박자이며 사장조 음계를 사용하였으나 전주 부분과 피아노 반주 부분에 사용된 3성부의 진행이 반음계로 이어나가 시의 내용이 나타내는 방황과 생명의 신비로움을 음악적으로 표현하였고 동시에 근대적인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어 무조음악과 12음기법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봄과 여름을 상징하는 1, 2연은 운율에 맞추어 8마디(ab), 8마디(ab')로 쓰였으며 가을을 상징하는 4연 또한 곡의 시작 부분과 같은 리듬을 사용하여 처음의 분위기로 돌아가 곡의 절정을 지나 다시 차분해지는 분위기를 나타내었다. 시의 1, 2, 4연에 나타난 내용의 연관성은 비슷한 리듬과 선율진행으로 반복하였고 간주 후에 나타나는 3연의 선율은 노래와 반주가 대화하듯이 번갈아 나타나며 상승하는 반주부의 강한 화음이 이 곡을 열정적으로 몰아가 방황과 번민 후에 국화가 피어나는 과정을 그렸다.
서정주 (1915∼2000) 시인의 「국화 옆에서」는 1947년 11월 9일 『경향신문』에 발표되었으며 1956년 발간된 『서정주 시선』에 수록되었다. 국화는 9, 10월이 개화시기로 이 시는 국화가 피어나는 과정을 1연의 소쩍새, 2연의 천둥, 4연의 무서리 등으로 계절에 따라 나열하고 오랜 방황과 번민을 통해 지난날을 자성하고 거울과 마주한 누님으로 표현하여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인격체가 형성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었다. 가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이 오지 않았나 보다
여러 작곡가가 이 시에 곡을 붙였으나 이호섭(1918∼1991)의 곡이 그중 널리 애창되고 있다. 이호섭은 「울음」, 「옛날은 가고 없어도」, 「눈 오는 밤에」 등 100여 곡에 달하는 가곡을 작곡했다. 「국화 옆에서」는 1955년 명동의 음악다방 ‘돌체’에서 만난 성악가 김창섭이 신문에서 오려낸 시를 보여주며 작곡하기를 권유해 작곡했다는 일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