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인물화(山水人物畵)」는 ‘애내일성(欸內一聲)’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다. 종이 바탕에 수묵담채로 그렸고, 크기는 세로 28.5㎝, 가로 36.5㎝이다. 부산박물관 소장품이며, 2012년 5월 17일에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화원(畵員)으로 꼽히는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추정)가 그린 「산수인물화」로, 화면은 거대한 절벽과 폭포, 그리고 배를 탄 어부들로 구성되었다. 오른쪽 여백에 당나라 시인 유종원(柳宗元)이 쓴 「어옹(漁翁)」의 한 구절, “(어부의) 탄식 소리에 산수가 짙푸르다(欸內一聲山水綠)”가 묵서되어 있다. 그 아래 ‘단구(丹邱)’라는 관서(款書)가 있어 김홍도의 말년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말미에는 이름과 자(字), 즉 ‘홍도(弘道)’와 ‘사능(士能)’을 새긴 두 개의 인장이 찍혀 있다.
화면은 거대한 절벽과 3척의 배가 떠있는 수면으로 크게 이분(二分)되는데, 거친 하엽준(荷葉皴: 바위나 언덕의 표면을 연잎의 잎맥처럼 표현하는 기법)과 앙상한 가지가 무성한 잡목 표현에 김홍도의 개성적인 화풍이 드러나 있다. 이와 달리 잡목 뒤편의 폭포 부분에는 연한 먹을 사용해 거리감을 조성하였다. 또 배와 이목구비를 살린 인물들은 정돈된 필선으로 간결하게 특징을 잡아 묘사하였다. 흐르는 물결에 몸을 내맡긴 듯한 세 척의 배에 4명의 인물이 나누어 타고 있는데, 그 자세가 어부라기보다는 유유자적 한때를 보내는 선비의 분위기를 풍긴다.
김홍도는 만년기에 이와 같이 어부를 등장시키는 관념적 산수인물화를 많이 그렸고, 널리 애송되는 한시를 화제(畵題)로 한 시의도(詩意圖)를 다수 제작하였다. 이 「산수인물화」도 유종원의 시구를 회화적으로 변용하여 시화일치(詩畵一致)를 추구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김홍도의 자신감 넘치는 필치와 문학적 서정성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으며, 당시 화단에 정착된 남종문인화(南宗文人畵)의 경향성을 엿보게 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 「산수인물화」는 김홍도가 말년에 즐겨 그린 시의도의 하나로 화면 구성과 세부 표현에 그의 독창적인 화풍이 잘 드러나 있다. 여백에 쓴 시구를 통해 화제의 연원이 파악되고, ‘단구’라는 서명이 제작시기를 암시하는 등 김홍도의 회화 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