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수묵담채. 10폭의 병풍으로 대전시립미술관 소장. 「외금강」은 세로 126㎝, 가로 426.4㎝의 큰 화면에 외금강을 그린 작품이다. 산을 화면에 꽉 차게 그려서 외금강의 웅장한 기세가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거칠고 빠른 필선의 흐름으로 인해 근경에서 원경에 이르는 공간의 깊이감이 강조되었으며, 화면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산봉우리들이 작아지도록 그려서 원근감을 표현하였다. 또 산의 능선을 중심으로 좌우에 농묵과 담묵을 더하여 입체감을 강조하였다. 전체적으로 수묵을 위주로 산세를 그리면서도 산등성이와 나뭇가지에 붉은 채색을 더하여 가을의 계절감을 표현하였다.
이응노는 1936년 도쿄로 건너가 가와바타화학교(川端畵學敎), 혼고회화연구소(本鄕繪畵硏究所), 덴코화숙(天香畵塾)을 통해 일본화, 양화, 신남화를 배우면서 전통적인 사군자화에서 사생적인 풍경화로 작품세계를 확장하였다. 이 시기 그는 명산대천부터 주변의 농가에 이르기까지 사생에 몰두하면서 개성있는 구도와 필묵법의 풍경화를 선보였다. 그리고 전통 산수화의 준법(皴法)이나 수지법(樹枝法)에 얽매이지 않고 붓과 먹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풍경에서 받은 느낌과 감정을 그림 속에 담아내고자 하였다.
이응노는 20세 때 스승인 해강 김규진과 함께 처음으로 금강산을 여행하였고, 일본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1941년 다시 금강산 사생여행을 한 뒤 「외금강집선봉」과 「총석정」 등을 그렸다. 이 시기 그림들은 조선시대 금강산도의 구도와 시점에서 연관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1945년에 그린 「외금강」은 화면을 압도하는 구도나 필선의 사용법에서 전통에서 벗어나 이응노 특유의 화법을 구사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1950년대에 그린 「정양사망금강」이나 「금강산전도」등에 이르면 자유분방한 필선이나 농담의 변화, 그로 인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이응노식 산수화로 발전하게 된다.
「외금강」은 대전시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전하며, ‘고암 이응노 탄생 100주년 기념전’(국립현대미술관, 2004), ‘20세기 한국수묵산수화’(이천시립월전미술관, 2011), ‘이응노, 세상을 넘어 시대를 그리다’(이응노미술관, 2013) 등에 출품되었다.
전통적인 산수화법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감각을 보여주는 금강산 그림으로서 20세기 금강산 그림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그림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