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에 함경남도 함흥에서 출생하였고 호는 무의자(無衣子)이다. 경성 제2고등보통학교(현 경복고등학교)에서 일본인 화가 사토 구니오[佐藤九二男]로부터 미술을 배웠다. 유영국, 이대원, 장욱진 등이 당시 그의 선배였다. 1940년 선만학생미술전람회(鮮滿學生美術展覽會)에서 특선을 수상하였고 이듬해 제20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하는 등 재학 당시부터 화가로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1942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도쿄 데이코쿠미술학교[帝國美術學校] 서양화과를 졸업하였고 해방이 되자 모교인 경복고등학교에서 미술교사로 근무했다.
후기인상주의 화풍을 바탕으로 향토적이고 목가적인 주제의 작품을 선보이면서 1949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입선, 1953년 제5회 대한미술협회전에서 문교부 장관상, 1956년 제5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수상하는 등 작가로서 입지를 다져 나갔다. 35세가 되던 해인 1957년에 파리로 유학을 떠나 아카데미 드 라 그랑드 쇼미에르(Académie de la Grande Chaumière)에서 수학했다. 파리 체류 시절 그는 이전의 구상적인 작품에서 벗어나 상형문자나 토기, 민속품을 소재로 차용한 반추상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1960년 귀국 이후에는 민속적인 소재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가운데 점차 그의 화면은 신화와 설화적 이미지가 담긴 초현실적 세계로 변화해 갔다.
제9회 파리 쉬르레얼리즘전(1960), 제8회 상파울로비엔날레(1965), 일본 도쿄 국립근대미술관의 한국현대회화전(1968) 등 해외전시에도 활발히 참여하였고 1983년에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되었다. 동양과 서양,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로 전후(戰後) 한국 서양화단을 이끌어온 작가로 평가받는다. 대표작으로 「고향」(1948), 「부인상」(1951), 「신화시대」(1959), 「꿈」(1960) 등이 있다.
대한민국 예술원상 미술부문(1986), 보관문화훈장(1990), 3.1문화상(1994) 등을 수상했고, 2000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 원로부문에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