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에 따라 11장에서 15장으로 나눌 수 있으며, 병렬적 구성으로 각 장면들은 독립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남녀가 철조망과 무대 사이에서 숨바꼭질을 하며 금지된 서적들을 소개한다. 숨바꼭질 끝에 여자가 남자에게 잡히고 사이키 조명 속에서 배우들이 몸부림치다 쓰러진다. 차츰 밝아지는 무대에 시체들과 잘려진 팔 다리들이 널려있다. 넝마주이가 나타나 오열과 울분을 쏟으면서 팔다리를 주워담는다(1장). 어린아이들로 꾸민 6명의 배우들이 고무줄 놀이를 하다가 모자를 쓴 남자들에 의해 제지당한다. 왼쪽 무대의 한 여자아이가 술래가 되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시작하다가 험악한 남자에 의해 끌려 나간다(2장). 이산가족 방송을 하는 KBS스튜디오가 무대이다. 가족을 찾는 사람들이 나와 상봉하기도 하는데 마지막은 반공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으로 마무리된다(3장). 술에 취한 시인이 등장해서 이 시대에 서정시를 쓴다는 것은 대중에 대한 기만행위라 말한다. 순수 문학상 수상식의 중계가 이 장면과 교체된다(4장). 여러 배우들이 나와 핵 폭탄과 남북통일에 대해 난상 토론을 벌인다(5장). 방송극이 진행되는 가운데 광주사태의 슬라이드가 비춰진다. 방송극의 내용은 인간의 불행을 외면한 신에 대한 원망이다(6장). 선반공과 여대생의 즉결심판 장면이다. 꾀죄죄한 노동자와 화려한 옷차림의 여대생을 대립시킴으로써 계급간의 격차를 확대 조명한다(7장). 대형금융 부정사건, 대통령 부정사건, 탈영병 사건 등이 보도되지만 앵커맨은 계속 ‘아무일도 없습니다’만 반복한다(8장). 천태만상의 세태가 단편적으로 풍자되고, 여인이 등장하여 손바닥만한 땅을 두고 싸우지 말라고 타이른다(9~10장). 풍물소리가 들리면서 배우들이 모두 나와 비장한 허밍을 울리다가 쫒기고 총에 맞아 쓰러진다. 연대의식을 강조하는 시와 집단적인 동작으로 끝맺는다(11장).
이 작품이 처음 무대에 선보인 것은 1986년 3월 연우무대의 워크샵에서이며, 시를 성공적으로 극화한 사례로 평가받았다. 이 작품은 시와 연극의 상관관계, 극적 표현에서 사실성과 추상성의 문제, 냉소와 센티멘탈리즘의 혼재 등에서 문제가 있다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새로운 장르에의 도전이라는 형식적 신선함과 부조리와 비인간화, 무질서와 폭력, 빈부격차와 정치적 부패 등을 주제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