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원작의 내용을 기본으로 하면서 장면을 축소시킨 작품이다. 플롯은 1) 하멸이 숙명의 고리에 끼어듬, 2) 하멸의 거짓 광기, 오필녀의 진짜 광기의 중첩, 3) 미휼왕의 하멸 제거 음모, 4) 탈춤(미휼의 지달왕 독살과 근친상간의 재현), 5) 파로와 오필녀의 죽음, 6) 하멸과 대야손의 결투, 7) 하멸을 위시한 대야손, 미휼, 왕비의 죽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은 막으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여러 장면들이 교직되는 전개방식을 취한다.
무대는 한국의 넓은 마루 같은 사각의 널마루로 되어 있으며 대사는 운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휼: 동궁, 선왕지달 대왕이 승하하신 지 쉬흔 여덟
어찌하여 그대 얼굴에 수심이 걷히지 않느냐.
가희: 내 아들 하멸, 산 자는 언제로 죽는 것이 아니겠느냐,
부디 심기를 보존하고 이 어미를 생각해다오. (「하멸태자」의 첫 대사)
압축적인 대사를 기반으로 한 배우의 양식적인 화술 전개가 특징적이다. 조명을 통해 배우들의 비일상적인 몸짓을 강조하고 공연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유도하였다.
조형적 공간, 시적 공간의 구축이 「하멸태자」의 특징이며, 번역극의 한국적 수용에 대한 하나의 예가 된다.
1977년 미국의 여러 도시와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순회공연을 한 작품으로 한국 전통 연극 양식에 의거하여 셰익스피어의 사상과 연극적 가치를 재해석함으로써 당시 서양의 관객들을 감동시켰고, 연극평론가들의 관심을 모았다.(기간: 1976. 10. 20~27, 극장: 드라마센터,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번안: 안민수, 연출: 안민수) 이 작품은 국내에서 “이국적인 정취가 강하게 나타나 결과적으로 소재 불명의 연극이 되고 말았다.”는 평과 “이제까지 한국의 현대극에서 볼 수 없는 양식적인 미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동시에 받았다. 또한 해외에서는 “흑과 백이 마법과 같이 혼합된”, “매혹적이고 일반적인 체험이 아닌”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77년 미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 3개 국가, 15개 도시에서 3개월 동안 총 45회 공연을 했으며 한국 연극사에서 최초로 이루어진 해외 장기 순회공연으로 기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