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천동 고분군은 부산광역시 동래구에 있으며, 3세기부터 7세기에 걸쳐 수백 기의 덧널무덤, 돌덧널무덤, 돌방무덤이 축조되었다. 1994~1995년에 이루어진 복천동 제5차 발굴조사에서 38호분이 조사되었다.
복천동 38호분은 주곽과 부곽으로 이루어진 덧널무덤으로 주곽은 길이 750㎝, 깊이 135㎝, 너비 330~370㎝이고, 부곽은 잔존길이 340㎝, 잔존깊이 40㎝, 너비 280㎝이다. 무덤 내부에서는 화살촉, 쇠창, 긴 칼, 오리모양토기, 통형동기, 비취곡옥 등 수백 점의 유물과 함께 투구 1벌, 목가리개 1벌, 몸통을 보호하는 갑옷 1벌이 한꺼번에 출토되었다.
철제갑옷은 재료의 특성상 쉽게 부식되어 원형을 알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복천동 38호분 출토품은 보존 상태가 좋아 가야 철제갑옷의 구성 형식과 제작 기법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인정되고 있다.
복천동 38호분에서 출토된 투구는 높이 34.0㎝, 지름 17.3㎝이며, ‘S’ 자 형태로 굽은 긴 철판을 세로로 겹쳐 엮고, 그 위에 관이 달린 철제 복발을 얹어 놓은 형태이다. 볼 가리개는 2매의 철판을 장방형으로 재단하여 가죽끈으로 엮어 만들었다. 이러한 형태의 투구를 ‘종장판주(縱長板冑)’라 한다.
몸통을 보호하는 갑옷은 세로로 긴 철판을 구부려 가죽끈이나 못으로 연결해 만든 갑옷으로 ‘종장판갑(縱長板甲)’이라 한다. 철제갑옷은 높이 42.4㎝, 너비 58.2㎝이다. 전체 철판의 매수는 좌우 전동부 각 2매, 후동부 5매로 후동부에 방형의 좌우 장식판과 아랫부분에 도련판이 부착되었다.
지판의 연결은 가죽끈을 이용하여 연결하였으며 갑옷의 외연에는 가죽으로 복륜하였다. 우측 전동부의 지판 1매는 일부분에 구멍이 나자 철판을 덧대어 수리하였던 흔적이 남아 있는데, 이는 갑옷이 실제 사용되었던 것임을 알려준다.
복천동 38호분에서 출토된 종장판갑은 4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갑옷을 구성하는 개별 철판의 크기가 크고, 가죽끈을 이용한 지판 연결 기법과 목을 보호하는 경부의 착장 방식 등에서 고식의 형태를 띠고 있다.
목가리개는 두 부분으로 구분되는데, 아랫부분은 반원형이고 윗부분은 세로로 긴 철판을 여러 매 겹쳐 만들었다. 각각의 철판은 가죽끈으로 연결하였고, 테두리에는 가죽으로 덮어 복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