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죽음, 부활(復活), 승천(昇天) 등을 중심으로 하여 1년의 단위로 반복되는 교회력을 준수함으로써 기도와 성사(聖事) 등 신앙생활의 정체성을 유지해 나간다.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 사용된 첨례표는 세 가지로, 성직자들이 사용한 『성무일력(聖務日曆)』, 신자들과 함께 사용한 『매일 첨례표』, 1년의 전례를 한 장의 지면에 표시한 『큰 첨례표』등이다.
1784년(정조 8) 한국 천주교회의 창설기부터 신자들은 『성경직해(聖經直解)』등 복음 해설서에 기록된 교회 전례력에 따라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고, 『수진일과』에 기록된 「영첨례표(永瞻禮表)」를 통해서 첨례표의 작성 원리를 이해했다. 현존하는 박해시기 첨례표로는 1865년(고종 2) 첨례표와 1866년 첨례표 등이 있는데 상, 하 2단으로 되어 음력으로만 표기되었다. 그러나 1896년(건양 1)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양력을 도입하면서 1916~1970년의 첨례표에는 상, 중, 하 3단으로 되었고 양력과 음력을 혼용하였는데 여전히 세로쓰기가 대세를 이룬다. ‘첨례표’란 용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인 1969년부터 ‘축일표(祝日表)’로 바뀌었다.
첨례표에는 주일(主日)과 대소재(大小齋: 단식과 금육), 주님과 성모, 성인들의 축일, 신심회와 관련된 날, 파공(罷工: 일을 쉼), 대송(代頌: 주일이나 대축일 미사에 참례하지 못하는 신자들이 바쳤던 기도), 대사(大赦: 죄를 용서해주는 전대사와 한대사) 등에 대한 규정이 적혀 있어 신자들에게 신앙생활의 지침이 되었다.
첨례표는 한국 천주교회의 오랜 박해시기에 사제가 없을 때 모여서 기도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신자들이 교회의 전례력(典禮曆)에 따라서 기도하고 신앙생활을 유지하도록 도와주었고, 파종(播種), 관개(灌漑) 등과 관련된 농사에도 활용되었다. 또한 이것은 음력에서 양력으로 전환하던 시기에 서양식 7요일(曜日: 일, 월, 화, 수, 목, 금, 토)이 한국 고유의 주간(週間) 개념인 10일, 5일 체계 속에 삽입 재편되는 과도기적 단계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