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는 세로 146.1㎝, 가로 144.8㎝이며, 비단에 채색하였고, 외곽은 나무틀로 장황하였다. 상, 중, 하단의 삼단으로 구성되어 있는 불화의 상단 중앙에는 석가모니가 화현(化現)했다는 대예적금강(大穢跡金剛)이 삼면팔비(三面八臂)의 형상으로 그려졌다. 대예적금강을 주위로는 천부계(天部界)의 신중(神衆)이 묘사되어 있다.
중단의 중심은 이마의 중앙에 제3을 눈을 갖추고 삼목(三目) 사비(四臂)를 한 대자재천(大自在天)이다. 대자재천은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파괴의 신 시바(Shiva)에서 유래하여 불교에 수용된 후 호법신이 되었다. 대자재천 옆으로는 팔부신중(八部神衆)이 좌우로 4위(位)씩 시립해 있다. 하단에는 위태천(韋駄天)을 중심으로 무장신들이 2단에 걸쳐 그려 있다. 망건을 쓰고 영지를 든 산신(山神), 돼지코 형상의 용신(龍神) 등 조선시대 재래의 신들이 함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불법을 수호하는 신중을 그린 불화인 신중도는 『 화엄경』에서 전거하는 39위 신중을 묘사한 39위 신중도로부터 다양한 조선 재래의 호법신 도상이 추가되어 이른바 104위 신중도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도상은 1862년의 합천 해인사 대적광전 신중도에서 선례를 보인다. 「범어사 신중도」는 104위의 신중이 모두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104위의 주요한 신들이 표현되어 상징적으로 불화를 구성한다. 붉은색, 녹색, 남색 등을 주조색으로 화려하게 채색하였으며 안정된 구성을 보이는 19세기 불화다.
화기에 봉안사찰을 적은 부분이 잘려 알 수없는 상태이지만, 양식상 1891년의 「범어사 칠성도」와 상통하는 바가 크며, 화기의 형식이 같은 점 등에서 범어사 극락암에 봉안되었던 신중도로 추정된다.
19세기 중후반에 유행했던 신중도 도상의 한 유형으로, 대예적금강을 비롯하여 대자재천 등 주요 호법신들이 함께 한 범어사 신중도는 안정된 구성과 세부 표현기법이 뛰어나다. 조선 후기 104위 신중도 형식을 계승한 19세기 후반 불화로 현존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그리고 조성 연대와 화승을 명확히 알 수 있는 신중도라는 점에서 귀중한 자료이다. 또한 화승 민규의 불화는 그 동안 3점 정도가 알려져 있어 민규의 불화를 발굴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