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동악당 재인대선사진영」은 1738년 긍척이 18세기 승려인 동악재인을 그린 진영이다. 재인이 녹색의 장삼과 적색 격자문 가사를 입고 앉아 있는 모습이다. 제작연대를 알 수 있는 가장 이른 시기의 진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990년대 후반 도난되었다가 2015년 미국에서 환수된 문화유산이다.
원래 봉안처는 전라남도 순천 선암사의 진영각이었다. 불화에 대한 정보는 대한불교조계종에서 발간한 『불교문화재도난백서』에 수록되어 있다. 1990년대 후반 도난되어 그간 행방을 알 수 없었다가 최근 미국의 한 경매에 출품되었다. 이후 소장자에 의해 기증되어 2015년 국내에 반입되었다.
동악재인(東岳在仁)은 18세기에 활동한 승려로 소요태능(逍遙太能, 1562~1649)의 4세손으로 행장(行狀)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전반 선암사에서 활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소요문중(逍遙門中)이 선암사에서 번성하였던 것으로 미루어 재인 역시 선암사를 중심으로 활동하였던 승려로 추측된다.
도난당하기 전 확인된 화기(畫記)에 따르면 진영을 그린 화승(畫僧)은 긍척(亘陟)이다. 긍척은 조선 최고의 화승인 의겸(義謙)의 제자로 선암사에 주석하면서 여수 흥국사 등 전라남도를 중심으로 활동한 당대의 화승이다. 화기에는 "건륭3년계해2월□일(乾隆三年癸亥二月□日)"이라고 기재되어 있어 진영이 1738년(영조 14)에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크기는 세로 97㎝, 가로 65㎝이며, 비단에 채색되었고 족자 형태로 장황되었다. 녹색의 장삼과 적색 격자문 가사를 입고 앉아 있는 동악재인 진영이다. 화면의 오른쪽에는 세로로 "동악당재인대선사지진영(東岳堂在仁大禪師之眞影)"이라는 방제(傍題)가 기록되어 있다.
배경이 없는 화면에 좌안팔분면(左顔八分面)의 좌상(坐像)으로 한 손에는 불자(拂子)를, 나머지 한 손에는 염주를 쥐고 있다. 가는 필선의 백묘법(白描法)으로 이목구비를 나타낸 다음 입술만 붉게 채색하였다. 반면 재인선사가 입고 있는 장삼과 가사는 굵은 선으로 그리고 채색하였다. 숱 많은 눈썹, 예리한 눈매, 꼭 다문 입술, 그리고 선사가 들고 있는 흰 불자 등에서 대선사의 면모를 느끼게 한다.
도난 전 진영의 화기에 제작 연대 1738년이 기록되어 제작시기를 알 수 있으며, 가장 이른 시기의 진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밀한 필선과 대선사의 면모를 느끼게 하는 표현에 있어서 18세기 진영 중에서 돋보이는 작품이다. 진영을 그린 긍척의 화풍을 볼 수 있다는 점과 소요문중을 중심으로 한 18세기 선암사 법맥의 일면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2021년 현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