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로라브(Astrolabe)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시대라고 전하지만, 본격적으로 발전한 것은 이슬람 문화에서이다. 아스트로라브가 이슬람에서 발전한 것은 어느 곳에 있든지 메카의 신전을 향하여 정확한 시간에 매일 5번의 기도를 해야 하는 이슬람 종교의례와 관련이 깊다.
유럽에서는 잊혀져 있다가 11세기를 전후로 스페인 남부 지역을 통해 서유럽에 다시 전파되었다. 유럽이 아스트로라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항해에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아스트로라브는 명나라 말기에 클라비우스(Christoph Clavius, 15381612)의 아스트로로라브 해설서인 『Astrolabium』(1593)을 명말의 학자인 이지조(李之藻, 15691630)와 마테오 리치(Matteo Ricci)가 『혼개통헌도설(渾蓋通憲圖說)』(1607)로 제목을 붙여 한문으로 번역하였다.
아스트로라브는 예수회 선교사들을 통해 ‘혼개통헌(渾蓋通憲)’이라는 이름으로 청과 조선에 전래되었고, 일본은 16세기에 서유럽을 통해 직접 전래되었다.
혼개통헌의의 앞면은 일종의 천문계산기이다. 앞면에는 ‘레테(Rete)’라고 불리는 구멍 뚫린 판이 있는데, 이것을 돌려가며 원반 아래에 새겨진 눈금선을 통해 천체 관측값을 얻는다.
레테의 기본 뼈대에는 다양한 개수의 ‘지성침(指星針)’이 있는데, 조선 후기의 실학자 유금(柳琴)이 1787년(정조 11)에 만든 아스트로라브에는 모두 11개의 지성침이 있다. 유럽에는 지성침이 40개나 되는 아스트로라브도 있다.
이 지성침들은 특정의 밝은 별을 가리키도록 맞추어져 있다. 유금이 만든 혼개통헌의는 동아시아에서 현존하는 유일한 것으로, 이 혼개통헌의에는 규대(圭大), 즉 규수대성(Mirach), 필수대성, 삼좌견성을 비롯한 11개의 특정 별을 가리키도록 제작되어 있다.
혼개통헌의의 모체판 앞면의 중심은 하늘의 북극을 나타내며, 이곳의 구멍에 핀을 박아 성좌판을 회전시킬 수 있도록 하였다. 바깥쪽 둘레에는 지름 16.7㎝인 원이 그려져 있다. 그 안쪽으로는 지름 16.0㎝와 15.4.㎝의 동심원 사이에 2도 간격으로 눈금이 있고, 그 안쪽은 24등분하여 아래쪽을 자초(子初)와 자정(子正)의 경계로, 위쪽은 오초(午初)와 오정(午正)의 경계로 삼아 12지에 초(初)와 정(正)을 붙인 시각 이름을 시계 방향 순서로 새겨놓았다.
모체판 뒷면에는 2도 간격의 눈금까지는 앞면과 같지만, 그 안쪽은 10도마다 눈금이 있고 그 안쪽은 30도씩 등분되어 황도12궁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아울러 24등분하여 24절기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해시계 역할을 하는 도표라 할 수 있다.
혼개통헌의는 서양 천문학과 기하학을 이해하고 소화한 조선 지식인들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제작 원리와 제작의 정밀도 등에서도 18세기 조선의 수학, 천문학 발전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과학 기기이다.
또한, 동아시아에서 제작되어 알려진 유일한 천문 도구이고, 조형적 · 공예기술사적으로도 동판 위에 깔끔하고 정밀하게 12황도와 24절기를 한자로 새겨 소박한 단순미와 절제미를 보여주고 있으며 , 18세기 조선의 금속 세공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높은 가치가 있다. 2019년 6월 26일 보물로 지정되었고, 경기도 남양주시 실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