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각비평비본출상수사유문』은 전체 60회로 구성된 장회소설(章回小說)이다. 저자는 명(明)의 원우령(袁于令, 1599∼1674)으로 강소성(江蘇省) 오현(吳縣) 출신이며, 소설 외에 여러 편의 사곡(詞曲)과 잡극(雜劇)을 쓰기도 했다. 이 책이 언제 조선에 전래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원전의 창작 시기, 번역의 양상, 번역본에 나타난 단어와 어휘 등을 고려할 때 적어도 18세기 중·후반에는 전래되어 읽힌 것으로 보인다.
번역본 『수사유문』은 축약번역본이다. 번역할 때 시와 사는 대부분 제외하였고, 원전의 장회명(章回名)도 번역자가 내용에 맞게 임의로 배치하거나 전투 장면의 경우 간략하게 번역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수사유문』은 1종이 있으며 세책본이다. 이 책은 현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동방학연구소에 소장되어 있다.
수나라 말기에, 뒷날 당나라를 건국할 이연(李淵)은 여러 차례 죽을 위기에 처한다. 이때 여러 호걸들과 사귀어 명성이 높았던 진경(秦瓊)이 그를 위기에서 구해 준다. 수나라 황제가 고구려를 정벌하기 위하여 대군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민심을 얻은 이연과 그의 아들 이세민(李世民)은 건국을 결심한다. 이후 이밀(李密)을 비롯한 많은 영웅들을 결집시키고 마침내 당나라를 건국하게 된다. 그러나 이연과 인연이 있었던 진경만은 수나라의 관리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다. 이후 수 문제의 거듭된 실정과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기 위하여 진경은 결심을 굳히고 이연이 세운 당나라에 투항하게 된다. 이후 진경은 큰 공을 세우고 당나라의 기반을 다진다. 이 소설은 이처럼 수나라 말기에서 당나라 초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연의소설로서, 당나라의 건국 과정을 자세히 그리고 있다.
『수사유문』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소설이다. 그러나 역사에서 다루지 못한 일반 백성의 삶을 자세히 다룬 점이 특징이다. 이는 역사서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사실들을 소설에서 다룸으로써, 역사적 사실을 환기함과 동시에 독자들의 관심과 호응을 얻기 위한 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소설의 번역본들을 읽었던 조선시대 사람들의 필사기를 보면 대부분 독서의 목적을 중국의 역사를 공부하고, 교양이나 교훈을 얻기 위함이라고 항변한 경우가 많다. 이 소설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많은 사람에게 읽힌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