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공안(龍圖公案)』은 저자를 알 수 없고, 청(淸)나라 때 간행되었다는 사실만 알려져 않다. 판관(判官) 포증(包拯, 999∼1062)이 각종 범죄와 소송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포증이 등장하는 소설은 100회본 『경본통속연의용도백가공안전전(京本通俗演義百家公案全傳)』과 100회본 『용도공안(龍圖公案)』 2종이 있는데, 이 책은 후자의 번역본이다. 이 책이 조선에 전래된 시기는 선조의 한글편지에 기재된 제명(題名)을 감안할 때, 17세기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선조는 옹주에게 주는 편지에서 이 책의 제목과 소설에 대한 간략한 평을 적어 놓았다.
번역본 『포공연의』는 원전의 축약번역본이다. 작품을 모두 번역한 것은 아니고 100회 중에서 81회만 번역하였다. 예를 들어, 「홍아구(紅牙球)」처럼 범죄 사건이나 소송 사건이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우리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것들은 번역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확인된 『포공연의』는 3종이며, 일반필사본, 세책본의 형태로 한국학중앙연구원, 국립중앙도서관, 충남대학교 등에 소장되어 있다.
『포공연의』는 북송(北宋) 때 실존 인물인 판관 포증의 판결 이야기 모음집이다. 포증은 다양한 살인, 방화, 소송 사건 등을 명쾌하게 해결한 인물로 유명하다. 소설은 포증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가 해결한 사건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예를 들어, 승려가 여자를 취하려고 사람을 죽이고 도망갔을 때 포증의 명쾌한 추리력으로 살인자를 찾아낸 이야기, 쥐가 사람으로 변하여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 내지 못할 때 포증이 신통력을 갖고 구분한 이야기, 요괴들이 사람에 빙의하여 횡포를 부릴 때 포증이 귀신을 퇴치한 이야기 등이 이 소설의 대표적인 이야기이다.
이 소설처럼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소설을 중국에서는 공안소설(公案小說)이라고 부른다. 지금의 추리소설처럼 이미 발생한 범죄에 대하여 여러 증거를 수집하고 통찰력과 논리력을 동원하여 범인을 찾거나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포공연의』는 당대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이후 이와 같은 소설들이 대량 출판되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포공연의』는 공안소설의 효시가 된 작품이다. 이 소설로 인하여 범죄와 소송 사건을 다루는 공안소설이 다수 출현하게 되었으며, 후대의 『신단공안』의 형성에도 일정한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의 설화와 고소설에서도 판관(사또)이나 암행어사가 등장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김태준은 『조선소설사』에서 『포공연의』의 영향을 받아 이러한 이야기가 형성되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포공연의』에 나오는 사건들은 민간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당대 독자들의 공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사건을 해결하는 대목에서도 사람들에게 많은 흥미와 재미를 주었을 것이다. 이 소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이유는 이러한 요인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