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박미 ()

고전시가
개념
화려한 수식을 하지 않는 작품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미적 흥취를 가리키는 국문학용어. 충담 · 평담.
이칭
이칭
충담(沖淡), 평담(平淡)
정의
화려한 수식을 하지 않는 작품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미적 흥취를 가리키는 국문학용어. 충담 · 평담.
개설

‘담박미’는 ‘충담소산’의 풍격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니, “회식(繪飾)을 일삼지 않아 저절로 깊이 묘취(妙趣)가 있다(不事繪飾 自然之中 深有妙趣)”는 것으로 꾸밈없는 순박한 마음, 대구(對句), 대우(對偶)나 전고(典故)의 사용 등 화려한 수식을 가하지 않은 작품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미적 흥취를 가리킨다.

연원 및 변천

고려 중기부터 시작해서 조선시대에 인물이나 작품을 평할 때 ‘담박(淡泊)’이란 용어를 사용하였다. 고려시대 최자(崔滋, 1188∼1260)의 『보한집((補閑集)』에 34종의 평어를 3종에 나누어 제시한 것 중에 두 번째 부류에 평담(平淡)이 제시되어 있다. 평담은 평이담박(平易淡泊)을 가리키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이곡(李穀, 1328∼1396)의 〈다시 중시(仲始) 사예(司藝)에게 부치다(復寄仲始司藝)〉란 시에 “마음가짐을 담박하게 한다면(處心如淡泊)”이라고 하여 ‘담박’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조선시대 율곡(栗谷) 이이(李珥, 1536∼1584)는 그의 시선집 『정언묘선(精言妙選)』 「원자집(元字集) 서(敍)」에서 풍격 ‘충담소산(冲澹蕭散)’을 설명하면서 여기서 ‘담박’함을 맛볼 수 있다고 했으며 『삼백편』의 유의(遺意)가 여기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즉 담박미는 풍격 ‘충담소산’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며, “생각함에 사특함이 없다(思無邪)”는 『시경(詩經)』의 뜻을 갖고 있다.

당말(唐末)의 사공도(司空圖, 837∼908)는 그의 『24시품(二十四詩品)』에서 시의 품격을 24종으로 나누어 각 품격에 대하여 4언 12구로 그 특성을 설명하였는데 그 중 ‘웅혼(雄渾)’에 이어 제2품으로 ‘충담(冲淡)’을 들고 있으며, 주자(朱子, 1130∼1200)는 도연명(陶淵明)과 유종원(柳宗元)의 시를 언급하면서 이들이 소산충담(蕭散冲淡)의 취(趣)를 나타낸다고 하였다(『주자어류(朱子語類)』).

내용

음식의 맛에서부터 인물, 문학 등의 평어로 쓰이는 이 용어는 꾸미지 않음을 뜻하는데, 이것은 사람의 마음일 수 있고, 문학 작품의 표현일 수 있으며 이 둘을 아우를 수도 있다.

‘담박’은 편안하고 고요한 마음의 상태에서 가능한 것이며, ‘진(眞)’ 곧 거짓 없는 참됨 속에서 구할 수 있다. 이 ‘참됨’은 ‘수졸(守拙)’ 곧 살면서 사람으로서의 본성(本性)을 지키는 데에서 얻을 수 있으며, 사람의 본성이란 바로 ‘순박함’이다. 그러므로 이 순박함을 지킬 때 ‘참됨’을 얻을 수 있고 여기서 지극한 즐거움[至樂] 곧 참된 즐거움[眞樂]을 얻을 수 있다. ‘참됨’을 얻으면 형적(形迹)에 구애되지 않게 되니 이것은 외물에 얽매이지 않게 되어 자신의 뜻에 흡족하게 해도 이치에 어긋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문학 표현으로서의 담박은 화려한 수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현혹하지 않는 것이다. 담박에는 원래 소박한 담박과 화려한 수식을 거친 세련된 담박이 있는데, 후자를 더 가치 있게 평가한다.

이이가 그의 『정언묘선(精言妙選)』 「원자집(元字集) 서(敍)」에서 풍격 ‘충담소산(冲澹蕭散)’에서 ‘담박’을 맛볼 수 있고 희음(希音)됨을 즐길 수 있으니, 삼백편의 유의(遺意)는 여기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듯이, 이 ‘담박미’는 ‘충담소산’의 품격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니, “회식을 일삼지 않아 저절로 깊이 묘취가 있다”의 방식을 통해 얻어지는 미적 흥취이다.

여기에서 회식을 일삼지 않는다는 것은 시인이 꾸밈없는(거짓없는) 참된 마음(순박한 마음)을 지녔다는 것이요, 대구(對句), 대우(對偶)나 전고(典故)를 끌어다 문구를 아름답게 꾸미지 않으며, 성률(聲律) 또한 꾸미지 않는다는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담박미란 일체의 꾸밈이 없는 순박한 마음, 화려한 수식이 없는 문학 작품으로부터 자연스러우면서 무궁하게 느껴지는 흥취를 말한다.

의의와 평가

담박미는 가식이 없는 참된 맛, 멋을 의미하는 용어로 고려말부터 사대부들의 참됨[眞]을 추구하는 가치관과 맞물려 인물, 사물, 문학 등 예술에서 사사로운 욕심이 없고 가식 없는 순박한 마음, 지나친 꾸밈이 없는 경지를 나타내는 미적 용어로 사용되었다. 오늘날에는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궁체(宮體)의 담박미, 무위허정(無爲虛靜)의 담박미, 연미단정(燕尾端正)의 담박미, 화미(華味)의 담박미 등 서예·그림·화예(華藝: 꽃예술) 같은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그 꾸밈없는 특성을 밝히는 데 사용되고 있다.

참고문헌

『고전시가의 품격 연구』(김병국, 월인, 2009)
『조선시대 시가예술의 소박미 연구』(김태환, 신아출판사, 2003)
『한국고전시가의 형상성』(최진원, 대동문화연구원, 1988년 초판, 1996년 증보판)
「조선조 중엽의 시조와 담의 미」(최동국, 『시조학논총』 18, 2002)
「고산구곡가 연구─“정언묘선”과 관련하여」(김병국, 성균관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1)
집필자
김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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