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륜성왕은 불교에서 정법(正法, dharma)에 의한 통치로 이 세상에 이상국가를 실현한다는 제왕이다. 전륜성왕사상은 삼국에서 불교의 종교적 신성에 따라 왕의 권위를 높이는 이념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전륜성왕사상은 불교의 전래와 함께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수용되었다. 불교사에서 전륜성왕의 정법정치를 구현한 인물을 대표하는 사람으로는 아소카(Asoka)왕을 들고 있다. 아육왕(阿育王)은 아소카왕의 한역으로, 후대의 문헌에서는 육왕(育王), 성왕(聖王)이라고도 하였다. 아소카왕은 기원전 3세기에 출현한 마우리야(Maurya)왕조의 제3대왕이다. 아소카왕은 인도 역사상 최초로 전 인도 대륙을 통일하고 강력한 왕권을 구축한 왕으로, 『잡아함경(雜阿含經)』23의 아육왕경(阿育王經)을 비롯한 불전에서도 보인다. 범본 ‘아육왕전(阿育王傳)’이 처음으로 한역된 것은 306년이고, 6세기 초에는 이를 다시 10권본 ‘아육왕경’으로 재번역하였다. 동아시아불교에서는 아육왕을 이상적인 불교의 상징으로 존숭했는데, 아육왕이 만든 불상이나 탑과 관련된 설화가 유포되기도 했다.
한국에 불교가 전래된 시기는 4세기 전후의 삼국시대이다. 전래된 내용은 중국에서 변용된 인도불교로, 특히 남북조시대 북조의 영향을 받았다. 중국 북조 불교는 국왕이 곧 불교라는 ‘왕즉불(王卽佛)사상’이 기조를 이루었는데, 삼국은 고대국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왕실의 주도 하에 새로운 지배이념으로써 불교를 수용하였다. 불교는 고대국가의 이념적 기반인 동시에 국왕의 권위를 높이는 수단이 되었다. 특히 전륜성왕사상은 불교의 신성한 권위에 기대어 왕권을 높이기 위해 수용된 불교의 정치이념이었다.
전륜성왕은 산스크리트의 ‘바퀴’(cakra)와 ‘굴리다’(vartin)에서 유래된 세계적 통치자에 대한 고대 인도의 개념이다. 전륜성왕의 의미는 “다르마를 실천하는 왕, 다르마의 바퀴를 굴리는 왕, 혹은 통치영역이 전 세계에 이르는 정의로운 왕”등으로 해석되며, 불교에서는 “법륜을 굴리는 붓다의 세속적인 짝”으로 정의된다.
전륜성왕의 특징은 일반인과 다른 32가지의 신체적인 특징, 즉 32상(相)을 지녔고, 7가지 보물, 즉 칠보(七寶)를 가졌으며, 4가지 신령한 덕, 즉 사령덕(四靈德)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4종류의 군대, 즉 사병(四兵)을 거느리고, 사천하(四天下)를 다스리며, 1000명의 아들을 두었다고 한다.
전륜성왕은 정법(正法)으로 국토와 인민을 통치하는 이상적인 통치자이다. 전륜성왕은 수미사주(須彌四洲)의 세계를 통솔하는 왕이며, 윤보(輪寶)를 굴리면서 사방(四方)을 위엄으로 굴복시킨다고 하였다. 이 전륜성왕이 세상에 출현하면 찬란한 금륜(金輪)을 비롯한 칠보(七寶)가 저절로 갖추어져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천하가 정법(正法)으로 통일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륜성왕은 무력이 아닌 정법으로 세상을 정복하는 가장 이상적인 군주상이었다.
삼국에서 고대국가의 지배이념이었던 불교는 왕권의 강화에 기여하였다. 전륜성왕사상은 삼국시대 왕권의 정치적 지향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