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체 이두는 이두를 모든 차자표기를 대표하는 말로 볼 때 한자의 실사만을 우리말 어순으로 배열한 이두이다. 차자표기의 하나인 이두의 발달 초기에는 임신서기석과 같은 표기 방법이 쓰였다. 임신서기석에 쓰인 한자는 한국어에서 어휘 의미를 가진 실사들에 해당하며, 우리말의 어순과 같다. 이와 같은 이두를 서기체이두라고 한다. 이 이두는 일반적으로 발달 초기 단계의 이두에서 보이는 문체의 일종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창녕인양사비명’, ‘중초사당간지주명’ 등 후대의 명문에도 보여 우리말을 표기하였던 문체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한자의 음(音)과 훈(訓, 새김)을 빌려 우리말을 표기하는 것을 차자표기라 하는데, 차자표기에는 흔히 향찰, 이두, 구결, 고유명사 표기가 있다. 일반적으로 이두는 차자표기 중 하나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기도 하지만, 조선 초기부터는 차자표기 일체를 이두라고 하기도 하였다.
이두 발달 단계의 초기에는 임신서기석(壬申誓記石)에서와 같이 한자의 실사만을 우리말의 어순으로 배열한 표기 방법이 있었다. 향찰, 이두, 구결, 고유명사 표기 등 모든 차자표기법을 이두라고 보는 광의의 이두의 개념에서, 임신서기석의 본문과 같이 한자의 실사만을 우리말 어순으로 배열한 표기 양식을 말한다.
아래는 임신서기석의 일 부분과 이를 현대국어로 번역한 해석문이다.
“壬申年六月十六日二人幷誓記天前誓今自三年以後忠道執持過失无誓”
“임신년 6월 16일 두 사람이 함께 맹서하여 기록한다. 하늘 앞에 맹서한다. 지금부터 3년 이후 충도(忠道)를 집지(執持)하고 과실(過失)이 없기를 맹서한다.”
임신서기석의 원문과 해석문을 비교해 보면, 임신서기석에 쓰인 한자들은 모두 한국어에서 어휘 의미를 가진 실사들에 해당하며, 조사, 어미 등과 같은 문법소에 해당하는 것은 없다. 또한 중국어를 나타내는 한문의 어순은 ‘주어+동사+목적어’인 데 비해, 우리말 해석문의 어순은 ‘주어+목적어+동사’이다. 즉 중국어의 어순과 우리말의 어순이 다르므로 중국어의 동사에 해당하는 글자를 문장의 맨 끝으로 돌려서 표기하고 있다.
‘하늘 앞에 맹서한다’로 해석된 부분의 원문은 ‘天前誓’인데 원래의 한문은 ‘誓於天前’으로 추정된다. 또한 ‘충도를 집지하고’의 원문은 ‘忠道執持’이나 원래의 한문은 ‘執持忠道’일 것이며, ‘과실이 없기를 맹서한다’의 원문은 ‘過失无誓’이나 원래의 한문은 ‘誓无過失’이 될 것이다. 원래 원문으로 추정되는 ‘誓於天前’, ‘執持忠道’, ‘誓无過失’에서 동사는 ‘誓’, ‘執持’, ‘誓’와 ‘無’가 된다. 이들은 원래 한문에서 모두 중국어의 어순대로 목적어 앞에 놓여 있지만 임신서기석에서는 모두 목적어 뒤에 위치해 있다.
특히 ‘과실이 없기를 맹서한다’의 경우 추정되는 한문 원문은 ‘誓无過失’인데 ‘過失’ 앞에 ‘無’가 와서 동사가 되고, ‘無過失’ 앞에 ‘誓’가 와서 동사가 되었다. 그러나 임신서기석에서는 목적어 ‘過失’ 뒤에 동사 ‘無’가 오고, 목적어 ‘過失無’ 뒤에 동사 ‘誓’가 와 있다. 또한 ‘하늘 앞에 맹서한다’의 원래 한문으로 추정되는 ‘誓於天前’에는 문법소의 역할을 하는 ‘於’가 있으나 임신서기석에는 문법소인 ‘於’가 빠진 ‘天前誓’로 표기되어 있다.
서기체 이두는 일반적으로 발달 초기 단계의 이두에서 보이는 문체의 일종으로 생각하지만 ‘창녕인양사비명’, ‘중초사당간지주명’ 등 후대의 명문(銘文)에도 보여서 일정 기간 우리말을 표기하였던 문체의 하나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