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판, 1책, 임시로 대강 묶은 가철본(假綴本) 형태, 총 36쪽, 1947년 8월 1일 정음사 발행, 값 30원. 당시 조선어학회 회원이던 정인승·류열의 공저이다. 유열은 이후 『알기 쉬운 한글강좌』(1948), 『풀이한 훈민정음』(1948) 등을 저술한 국어학자로 한국전쟁 때 월북하여 북한의 국어사 연구에 한 획을 그었다.
우리말 소리의 이해와 연습을 위한 입 모양 및 발성 기관 그림책이다. 그림책 성격의 책의 특성상 특별한 목차는 없으며 ‘지도하는 방법’이라는 일러두기 다음에 ‘소리틀의 그림’을 제시하고 발성 기관의 각 부분을 번호로 매겨 놓았다.
책의 맨 처음 ‘지도하는 방법’이라는 일러두기에서는 “이 책은 조선말의 소리를 바르게 하도록 지도하기 위하여 국어 교수의 기본 교재로 쓰도록 지은 것이니, 글 읽기를 가르치기 전에 반드시 이 책으로써 말의 소리를 먼저 바르게 가르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와 같이 발간 경위를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정규 학교든 야학이든 한글 강습 현장의 선생님들을 위해 발간된 책이다.
『한글소리본』의 본문은 자음과 모음의 순서에 따라 입꼴(입 모양), 혀 모양, 발성 기관의 그림을 보이고 발음을 연습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글자를 가르치기 전에 소리부터 가르치고, 자음과 모음의 다양한 결합을 통해 소리를 들려주면서 글자와 연계하여 기억하기 좋도록 연습시킬 것을 강조하였다. 이중모음은 단모음을 교수한 후에 가르치고 유열이 지은 “한글 닿소리 홀소리 입꼴 그림”이란 큰 그림을 교실에 걸어 놓고 지도하는 것이 편리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교수 방법을 제시하였다.
자음은 순음, 설음, 치음, 후음, 반설음, 구개음, 연구개음 순서로 입 모양과 발성 기관 속의 혀 모양을 동시에 보여 주고 발음 방법 및 해당 발음과 관련된 단어를 그림과 함께 제시하여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모음의 경우도 우선 단모음은 자음과 같은 방법으로 제시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다만 단모음 다음에 나오는 이중모음의 경우 입 모양과 발성 기관 속 혀 모양은 구조적으로 보여 줄 수 없기 때문에 발음 방법과 관련된 단어를 그림과 함께 제공하고 있다.
『한글소리본』의 독자는 학생이 아니다. 당시 문맹률이 높았던 시기임을 고려할 때,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를 위한 친절한 한글 발음 교본이다. 몇 장 안 되는 문헌이지만, 현대 음성학에 기초한 자음과 모음에 대한 조음(調音) 설명이 치밀하다. 전체 문헌 속에 한자가 한 자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과 닿소리, 홀소리뿐만 아니라 의식적으로 소리틀(발성기관), 입꼴 등의 순수 우리말 용어를 고수하는 공저자의 의도가 흥미롭다.